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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의 법조인] ‘세상을 바꾼 변호인’ ‘나는 반대한다’ 두 편을 보고

    고심하며 선택한 하나의 단어가 세상을 바꿔

    홍수정 기자 sooju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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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인을 소재로 올해 상반기 연달아 개봉된 두 편의 영화는 한 고령의 여인을 조명한다. 그녀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미국 연방 대법관. 이제 90의 나이에 가까운 그녀는 시위와 운동이 태동하고 꽃을 피우던 1960~70년대 미국에서 여권 신장을 이끈 인물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연상되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영화에 등장하는 긴즈버그는 왜소하고 과묵하며, 덤벙대고 수줍음이 많다. 격랑의 시대의 선구자에 대한 이미지와 영화에 등장하는 긴즈버그의 모습 사이에는 얼마간의 괴리가 있다. 이 두 편의 영화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싸움이 없고, 목소리를 드높이는 웅변이 없다. 대신 자그마한 체구의 법조인 한 명과 그녀의 조용한 일상이 공백을 채울 따름이다. 

     

    주인공은

    나이 90의 美여성 연방 대법관 긴즈버그


    '세상을 바꾼 변호인'은 긴즈버그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성장하는 시기를 그린다. 그녀가 하버드대 로스쿨을 다니던 시절, 학생 500여명 중 여학생은 단 9명이었고 긴즈버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에 취업하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로스쿨 교수가 되어 성차별적 판례에 대해 가르치다가, 남성 보육자가 보육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건을 보고 변론에 뛰어든다. 성차별이 남녀 모두에게 부당함을 알릴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직감한 것이다. 

     

    역동적 카리스마·웅변, 싸움도 없는

    조용한 일상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그 다음이다. 영화는 자신 있게 변론을 하고 승소를 이끄는 장면 대신, 동료들의 지적을 받아가며 변론을 연습하고 쉼 없이 감정을 추스르는 긴즈버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녀가 승소를 이끄는 방식은 법정에 서서 너무 높은 위치에 있는 마이크를 자신의 작은 키에 맞춰 조절한 뒤,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에서도 엿보인다. 영화에서 긴즈버그의 조용한 모습은 거리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과 대비된다. 

     

    작은 키에 마이크 맞추고

    또박또박한 변론 인상적

     

    그러나 그녀가 자리에 단정하게 앉아 판결문에 써내려간 말들은 젊은 여성들을 거리로 이끈다. 사람들은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으로서 밝힌 반대의견에 열광하며 그것을 노래 가사로 만들어 읊조리기도 한다. 두 편의 영화를 보고나면 비로소 어째서 여기에 투사의 이미지가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이 조용하고 정적인 일상이, 느리고 적확하게 써내려간 언어들이 세상을 역동하게 하는 그들만의 싸움 방식이기 때문이다. 


    과묵하고 단정하고 느리고 적확하게

    판결문 작성

     

    '세상을 바꾼 변호인'의 원제는 'On the Basis of Sex(성에 근거한)'이다. 이 말은 긴즈버그가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기 직전까지 서면에 넣을지를 고민한 단어다. 당시에 너무 자극적이라고 판단해서 서면에 들어가지 못했던 이 단어들은 수 십 년이 흘러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이 신기한 인연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단어 하나에 고심한 그녀만의 투쟁방식이 길고 긴 시간을 관통해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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