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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생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고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무리… 뭔가 편안하지만 아쉽고도 아련해
    미국인 누구가 지구를 구한다는 단면적 스토리가 아니라 흡족

    이윤정 교수 (강원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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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해리 포터, 왕좌의 게임 같은 판타지 시리즈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이 취향은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말하지는 않는 편이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해리 포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신이 나서 마법 주문을 줄줄 읊었다가 냉랭한 주변의 반응을 보고 이 나이에 자랑할 취향이 아닌 것을 깨달은 후부터. 마블 시리즈에도 말없이 열광하는데, 이번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어벤져스 시리즈가 마무리되니 뭔가 편안하면서도 아쉽고 슬프고 아련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0년 전, 아이언맨을 봤을 때 즐거운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방탕한 천재 토니 스타크의 아이언맨은 이전의 진지한 히어로들과 달랐다. 히어로의 정체는 비밀에 붙여야 한다는 히어로물의 불문율을 “내가 아이언맨입니다”라고 기자회견하면서 바로 깨버리는 것을 보고 ‘내가 이 캐릭터 덕질* 좀 하겠구나’ 예감했다. 어벤져스 시리즈 안에서 아이언맨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바람둥이 천방지축 재수 없는 토니 스타크가 자신이 만든 무기로 약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에 분노라는 걸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히어로가 되어 갔다. 여전히 사고뭉치에 재수 없는 말투지만 어벤져스 1에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르는데 혼자 핵미사일을 우주로 갖고 나갔고, 아이언맨 3에서는 수트를 입지 않은 채 악당과 맞설 용기와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엔드게임에서는 사라진 인류 절반을 돌아오게 하려고 결국 자신을 희생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동료를 위해서 철조망 위에 눕지는 못할 사람이라고 평했을 때 철조망을 끊으면 되지 왜 눕냐고 비아냥거렸던 아이언맨은 결국 희생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이언맨은 기술적으로도 성장을 거듭했는데, 사람이 나사를 조여 줘야했고 부팅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첫 수트는 매 시리즈마다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가방이나 시계로 있다가 수트가 되기도 하고 토니의 손짓에 이리 저리 날아와 몸에 장착되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 환상적인 수트 장착 장면은 이 시리즈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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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시리즈는 우주로부터의 위험이나 어떤 특정 테러집단의 위협에 대해 미국인 누구가 지구를 구한다는 단면적인 스토리가 아니라서 특히 좋았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하이드라, 타노스 같은 내·외부의 적 뿐만 아니라 신념을 달리하는 우리 편과도 싸웠다.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편에서 누구보다 책임과 의무, 전체와 개인의 희생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는 UN의 허가와 지시에 의해 움직인다”는 소코비아협정에 반대했고, 오히려 제멋대로인 아이언맨은 소코비아협정에 찬성했다. 오락영화를 보고 이런 걸 생각했다면 다들 비웃겠지만 시빌워 편은 자유와 책임, 공익과 개인의 희생, 민주주의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어벤져스의 또 좋았던 점은 아주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어도 여성 히어로를 꽤 부상시켜 주었다는 점이다. 근육질의 남성 히어로들이 스판덱스 의상을 입고 싸우는 것을 보는 것도 좋지만 주체적인 여성 히어로가 각성하는 것을 보는 것은 더 짜릿했다. 


    새로운 얼굴로 다시 돌아오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울고 웃게 해 준 이 어벤져스 히어로들에 꼭 인사를 하고 싶다. 삼천만큼 사랑해.



    이윤정 교수 (강원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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