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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상인, 속물 그리고 가려진 욕망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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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이었다. 상담이 끝난 후 의뢰인들로부터 상담료를 받았다. 그동안 지인들의 소개로 의뢰인들이 찾아왔기에 상담료를 받지 않곤 했는데, 그날 처음으로 상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었다. 현금이었다. 제공한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현금을 받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 손으로 현금을 받아드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 연수원 동기 몇 명과 만났다. 맥주를 마시며 그 중 두 명과 '수임료와 사건에 쏟아붓는 노력의 비례 관계'에 대해 얘기했다. 어쏘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본인은 어쏘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이 지불한 수임료만큼 일하게 된다고 하면서, 자신이 속물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개업 변인 나와 다른 동기는 그의 말에 동감하며 그를 위로했다. 아마 우리 둘이 더 그렇게 일하고 더 그렇게 느껴왔을 것이다.

     

    개업 변호사들은 대체로 의뢰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변 개업 변호사님들을 보면 절대다수가 그러하니 일반화해도 되리라. 난 그게 변호사 업의 본질인 것 같다. 그래서 상법 규정이나 판례를 떠나 말하자면, 개업 변호사는 상인인 것 같다. 개업 변호사가 아닌 법조인들 대부분도 언젠가는 개업 변호사가 될 것이고, 비슷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크니, 대다수 법조인들은 상인이거나 잠재적 상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은 만큼 일한다’, 이 말을 낯모르는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말하기는 아직도 부끄럽다. 그런 말을 하면, 그렇게 행동하면 속물처럼 보일 것만 같다. 

     

    자본주의 이념을 마치 공기인 양 마시고 살면서도 왜 "돈을 받은 만큼 일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법조인은 정의를 다루고, 종종 지식인으로 불리기도 하므로, 법조인이 된 것은 고상한 그 무언가의 가치를 위해서였으므로, 대외적으로 그런 욕망을 드러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그런 욕망을 가져서도 안 되어서일까. 그래서 고고해야 하고, 얌전을 떨고 있어야 해서일까. 한편으론 내가 찬 주머니를 끊임없이 곁눈질하며, 그 모습을 누가 볼세라 주위를 살피면서.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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