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이름을 걸고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지 3년이다. 비록 작은 조직이기는 하나 대표가 된다는 것은 두렵고 외로운 과정임을 실감하고 있다. 힘든 날은 밤늦게라도 서재에 들어가서 고전을 뒤적이다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찾아 읽은 후 거칠어진 마음을 씻어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순간 너무나 외로워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조직을 잘 키우고 운영해온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아보게 되었다.
주위의 친지나 동기들에게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물으면 의외로 쉽게 답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포털사이트에서 ‘존경하는 사람’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면접’, ‘자소서’가 뜬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은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고는 급박한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필자도 마찬가지였지만, 개업을 하고 나서야 ‘존경하는 사람’이 간절히 필요하게 되었다. 서점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구해서 많이 읽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인물이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기업가다. 그는 가고시마 지방대 출신에 가진 자본도 없어 지인에게서 빌린 300만 엔으로 동료 7명과 함께 교세라를 창업하여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인생의 참된 목적은 사회와 타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데 있고, 지금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한다. 창업을 하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그가 설립한 경영아카데미 '세이와주쿠(盛和塾)'는 고령인 이나모리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 참여가 어렵게 되면서 모든 활동을 접고 2019년 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때쯤에는 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있을 것이다. 존경하는 사람을 친견(親見)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여 요코하마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세이와주쿠 세계대회에 30여개 기업대표와 함께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한다. 그의 경영철학을 가슴에 온전히 담아 와서 청출어람(靑出於藍) 한 걸음 더 전진하는 것이 필자의 소원이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