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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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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가 재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술회의에 참가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고, 외부 위원회에 참석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함께하기도 한다. 올곧은 재판에 헌신하라는 소명을 받은 법관으로서 오롯이 재판에만 집중하고 싶다가도 가끔은 그러한 외출이 상쾌한 기분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법원을 방문한 어린 학생들과 대화하는 일이었다. 이 사회에서 법이 왜 있어야 하고, 법원은 어떠한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서 판사는 실제 어떠한 일을 하는지 맑은 눈망울의 어린 아이들에게 쉬운 말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모의법정에서 원·피고석과 법대를 오가며 잠시 심취하여 일인삼역을 하면서, “이 법정에선 대통령도, 누구도 오로지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된다”는 설명을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동경의 눈빛을 보낸다. 

     

    그리고 갑자기 묻는 말, “판사님, 그러면 판사가 세상에서 제일 높아요?” 당황스럽지만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세상에서 제일 높은 분은 바로 늘 너희들 곁에 있는 분, 너희들이 바른 길로 가면서 세상에 필요한 지식을 쌓아 당당히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 주고 있는 분, 바로 너희들 선생님이셔! 대통령도, 판사도, 심지어 너희들 선생님도, 선생님 없이 된 사람은 없단다.” 순간 터지는 환호에 인솔 선생님의 볼이 살짝 붉어지신다. 

     

    지난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아이들 선생님으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작은 메모를 받았다. 요지는, 당신은 스승의 날이라고 유난을 떠는 것이 정말 싫다고. 그저 당신께서는 당신의 자리를 사랑하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그러니 부디 스승의 날이라고 평소와 다르게 아무런 티도 내지 말아 달라고….

     

    요즈음 학교 현장이 부쩍 힘들어진 것 같다. 그곳에서 늘 묵묵히 애쓰고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 법정도 채워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오월이든 언제든.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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