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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시장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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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시장’이 법조계의 블루 오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소집 건수가 연간 3만 건이 넘었다고 하니 블루오션이라고 할 만도 하다. 실제 인터넷상에는 ‘학교폭력 전담변호사’, ‘학교폭력 전담팀’, ‘학폭위 전문’ 등의 타이틀을 내걸고 많은 로펌들이 소위 영업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각 학교마다 ‘학폭위’를 설치하도록 하고,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수립을 위한 체제 구축,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 및 징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폭위 구성은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교감, 생활지도교사, 학부모, 학교전담 경찰관(SPO), 변호사, 명예교사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 법률은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문상담교사의 배치, 예방교육, 피해학생 및 장애학생 보호, 가해자 조치 등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고 가해자에 대하여 서면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학교폭력에 대하여 상당히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교의 현장 상황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통상 담임교사에게 먼저 알리는데, 교사들은 책임문제를 생각해서인지 일단 학폭위에 넘기게 된다. 학교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학폭위에 보고하며, 학폭위에서는 출석한 가해자 및 피해자 그리고 학부모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학폭위원이나 교사 모두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이한 진술 가운데 사실관계는 불명확하게 결론이 나고 가해자와 피해자, 학교의 입장 등이 섞이면서 가해자에 대한 선도도 피해자에 대한 회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폭위 처분에 따른 불이익을 면하려는 가해자와 처분의 미흡함을 다투는 피해자의 대립이 해소되지 못하고 학폭위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서 결국 로펌의 블루오션으로서의 학폭시장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학폭시장이 법조계의 블루오션이 되었다는 것은 학교폭력 현장에서 학교와 교사, 교육 당국 대신에 변호사와 수사기관, 법원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피해자 간의 대립적 분쟁구도에 증거법칙과 소송기술을 접목시켜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책이나 근원적 치유책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한 해결은 학교와 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정의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 로펌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단순히 법률적 해법만을 가지고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활동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폭시장이 로펌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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