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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의 '피해 정도'라는 무게

    송혜미 변호사 (법무법인 비츠로)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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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세계는 점점 커져서 게임관련 사이트, 연예인 팬클럽 사이트, 각종 카페 등 다양한 온라인 상의 모임이 존재한다. 이제 네이버, 다음 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인벤사이트, 디씨 등은 너무도 익숙하고, 각종 익명 앱 등 우리가 사이버로 공격받을 수 있는 경로는 점점 더 넓어졌다.

     

    사이버 상에서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상의 친구보다 더 자주 많은 이야기를 하며 속내를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기도 하고, 자신의 억울한 점을 올려서 사람들의 의견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사이버 상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다 보니 단순히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듣기 힘든 모욕이나 조직적인 따돌림, 조리돌림 등의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은 모욕죄로 문의도 많이 하고, 고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에 증거가 남기 때문에 이를 캡처하고 상담 오기 전 증거 준비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모욕죄에 대하여는 10대 후반의 친구들까지도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증거를 모으고 대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 중 적극적으로 고소를 원하는 피해자들은 직접 경찰서에 찾아가서 고소하기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모욕은

    죽음도 부르는 무서운 범죄

     

    소위 경찰서의 사이버팀은 고소 건이 넘쳐난다는 표현까지 쓴다. 실제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모욕죄로 고소·고발된 사건은 12만여 건인데 27000여 건만 약식기소되었다. 모욕죄로 인정을 받기까지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성립되어야 하는 요소가 많고, 인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원하는 수위의 처벌이 아닐 수 있다. 모욕죄로 조사를 받으러 갔던 고소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사이버 상에서 다툰 것이지 않냐 혹은 물론 기분은 나쁘겠지만 모욕죄가 성립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런 많은 고소 건들을 접하며 어쩌면 우리는, 혹은 나는 모욕죄의 피해자들을 다른 범죄의 피해자들보다 피해 정도라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었는지 생각해본다. 

     

    모욕죄 뿐 아니라, 범죄사실에 대하여 고소를 하면, 담당 수사관에게 사건이 배당되고, 수사관이 고소인 조사를 먼저 하게 된다. 고소인을 불러 고소장에 적힌 사실을 기반으로 범죄 여부에 대하여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욕죄나 명예훼손은 범죄일람표를 고소장에 보통 함께 제출하는데, 당사자의 명예감정 훼손에 대한 진술을 고소인에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사관은 범죄일람표를 1번부터 순서대로 보면서 해당 문구의 어디가 모욕적이었는지 고소인에게서 확인한다. 

     

    범죄일람표를 작성하기 위하여 아픔을 참고 하나 하나 찾은 가슴에 박히는 글들을 다시 차근차근 순번을 정하여 읽어 내려가며 모욕적인 언사를 특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읽기 어려운 경우, 형광펜으로 칠할 수 있게 하지만 그것 또한 쉬운 작업이 아니다.

     

    피해자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손이 떨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모욕죄가 가벼운 범죄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피해 사실’ 무게로 잴 수는 없지만

    조사 참여 해보면 가슴에 와 닿아

     

    사실 피해자의 피해라는 것에 무게를 잴 수 없지만, 피해자와 조사 참여를 함께 가면 그 무게가 순식간에 와 닿을 때가 있다. 모욕죄라고 예외가 아니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다시 직면하는 것조차 힘든데, 이에 대하여 모욕을 특정하고 당시 감정을 다시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반복한다. 


    글자 몇 자로 가볍게 누군가는 인터넷 상에 가해를 하고 사라지면, 피해자는 오롯이 혼자 이를 감당하며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더라도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은 원칙상 피해자에게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는 조사에 함께 참여하여 조력하는 것이기 이를 대신 진술할 수는 없다. 

     

    간단한, 혹은 가벼운 범죄라고 치부되어 버릴 수 있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어서 경하게 느껴지는 이 모욕죄는 실상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 시도까지 하게끔 몰고 갈 수 있는 무서운 범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개입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로서, 피해자의 피해의 정도라는 것이 업무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으로 재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송혜미 변호사 (법무법인 비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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