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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일본 ‘파워하라’의 법리

    권오현 변호사(법무법인 수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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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본격 시행예정

    16일 시행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으로 동료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그 대책으로써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제76조의3)',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제93조 제11호)’을 추가하고,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벌칙을 부과(제109조 제1항)하는 규정(이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지난 2019년 2월 21일자로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을 발표함으로써, 직장내 괴롭힘의 유무에 대한 판단기준 등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가 불명확하고 어떠한 자료를 이에 대한 판단근거로 삼을 것인지와 관련하여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교법적으로 이웃 일본에서 직장내 상사의 괴롭힘을 뜻하는 ‘파워하라(パワハラ)’와 관련하여, 그동안 누적되어 온 파워하라에 관한 일본 판례법리 등을 정리하여 2012년경 발표한 일본 후생환경성의 ‘직장내 이지메, 짓궂은 언행 문제에 관한 원탁회의 분과’ 보고서 등의 내용은 향후 국내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해석 및 적용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Ⅱ. 일본의 파워하라
    1. 일본 Power harassment(파워하라)에 대해

    힘을 뜻하는 ‘파워(power)’와 괴롭힘을 뜻하는 ‘해리스먼트(harassment)’를 합쳐진 '파워하라(パワハラ)' 용어는 도쿄의 한 컨설팅 회사에 의해 2001년경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본격적으로 2012년경 발표된 일본 후생환경성 보고서에 아래와 같이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직장 내 파워하라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해 직무상의 지위나 인간 관계등의 직장내의 우위를 바탕으로, 업무의 적정한 범위를 넘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거나 직장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위 보고서에는 파워하라의 전형적인 유형을 아래와 같이 6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① 폭행·상해(신체적인 공격) ② 협박·명예훼손·모욕·심한폭언(정신적 공격) ③ 격리·따돌림·무시(인간관계에서의 분리) ④ 업무상 명백하게 불필요한 일이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 일을 방해(과대한 요구) ⑤ 업무상으로 합리성이 없이 능력이나 경험과 동떨어진 정도의 낮은 일을 명하거나 일을 주지 않는 것(과소한 요구) ⑥ 사적인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개인의 침해).

    이와 같은 ‘파워하라’가 위법한 것은 상사의 명령 등이 i)업무상의 필요에 근거하는 것인지 ii)표면적으로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퇴직강요나 단순하게 일부러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위 등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볼 때 부당한 목적에 근거하여 이뤄지고 있는지, iii) 노동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통상 감수해야 하는 정도를 초과하고 있는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상사 등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부하직원의 인격과 이익을 저해하여 인격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도가 부하에게 주의와 질책을 주는 것이 상식의 범위 내인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보고 있으며, 폭력행위나 집단따돌림은 대체로 파워하라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파워하라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민법에 따라 파워하라 행위의 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으며 회사도 파워하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한 직장환경 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에 책임 추궁이 가능한 것으로 법리를 구성해 오고 있다.

    이러한 파워하라의 피해에 대한 대응책으로 증거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파워하라를 한 상사의 발언을 녹음, 상사의 메일을 보존하는 등의 증거수집이 필요하며, 필요한 경우 문제행위가 이루어진 직후 날짜별로 그 내용을 메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2. 파워하라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례
    가.
    상사의 폭행이 ‘파워하라’로 인정되었지만, 해당 파워하라와 적응장애와의 인과관계가 부정된 사례(쿄리츠 메인테이넌스 사건, 共立メンテナンス事件,東京地裁平成30年7月30日判決)

    상사로부터 폭행에 의한 파워하라를 받아 그 결과로 적응장애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노동자인 원고(X)가 해당 상사(Y1) 및 근무처(Y2)를 상대로 위자료등을 청구함에 있어, 본건에 앞서 신청되었던 산재신청이 인정된 사안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사(Y1)의 파워하라 행위는 인정되나, 해당 파워하라와 원고(X)의 적응장애와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부정한 사안이다.

    재판부는 “피고(Y1)는 평성27년 7월 11일 오전, 원고(X)의 일처리를 비난하고 원고의 팔을 잡고 앞뒤로 흔드는 폭행을 가한 후, 다른 공간에서 다시 '이봐요!', '알았나!'등을 거듭 말하면서 다가와 원고(X)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몸을 앞뒤로 흔드는 폭행을 가하였으며, 이를 피하려던 원고(X)가 벽에 머리를 부딪침으로써 머리에 타박상, 경추 염좌의 상처가 난 것으로, 이러한 피고(Y1)의 행위는 원고(X)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Y1)의 폭행으로 원고(X)가 받은 심리적 부담에 대해 원고(X)에게 상당한 공포감을 준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심리적 부담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위 원고(X)의 머리 타박상, 경추 염좌의 정도는 경과 관찰 7일을 요하는 정도에 그치는데, 피고(Y1)의 행위형태도, 원고(X)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려던 것은 아닌 것으로 그 폭행태양의 강도인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피고(Y1)의 폭력행위는 본 사건의 1일에만 그친 것으로 보면, 피고(Y1)의 폭행은 객관적으로 볼 때 그 단체에서 정신장애를 발병시킬 정도의 강도나 심리적 부담을 가져올 정도의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건 재해 신청(적응장애)에 있어서, 중앙노기서장이 원고의 적응장애에 대해 업무상의 질병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고 있어, 동 신청에 대해 도쿄 노동국 산재의원이 피고C의 폭행이 인정기준상, '(심하게)일부러 그사람이 싫어하는 행위를 하거나, 집단괴롭힘, 또는 폭행을 받은 행위{(ひどい)嫌がらせ,いじめ,又は暴行を受けた}'에 해당하고, 그 심리적 부담의 강도를 ‘강’이라고 하는 의견을 말하고 있는 것은 경시할 수 없다지만, 행정청의 이와 같은 판단은 재판소의 판단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Y1)의 폭력행위는 사건 당일에만 있는 것으로써 원고(X)가 받은 상해의 정도는 그다지 무거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기 산재의사의 의견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나.
    파워하라의 존재가 부정된 사례(산에이제약 사건, 東京地裁平成30年3月19日判決)
    노동자인 원고(X)가 파워하라의 증거로써 피해내용을 기재한 일기 등을 증거로 제출하여, 그 기재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에 따라 파워하라의 유무가 쟁점이 되었던 사안으로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파워하라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던 사례이다.

    재판부는 “원고(X)는 본건 파워하라 등이 존재했다고 주장하고, 원고 본인 및 원고의 어머니의 심문 결과 중에는 이에 따르는 진술이 있고, 원고가 작성한 일기(서증약칭, 이하 ‘본건 일기’라 함)에는 별지1 번호 1부터 23번에 이르는 파워하라 등에 부합하는 내용의 기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고는 평성27년 9월 1일부터 Z병원에 정기적으로 통원했고, 차트에는 본건 파워하라 등에 관한 기재는 전혀 없으며, 담당 D의사는 원고에게 ‘ADHD+우울증’이라고 진단하고 있었는데, 이들 기재가 전혀 없다는 것은, 본건 파워하라 등의 에피소드가 당시 원고 및 원고의 어머니로부터 동 의사에게 기술되지 않았음을 강하게 추인된다. 또 평성 28년 4월 9일부터 담당의사 D로부터 E의사로 변경되었지만, E의사 또한 원고의 사건에 대하여 파워하라 등에 대해서는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2인의 다른 의사가 본건 파워하라 등에 관해서는 전혀 기재 하지 않은 것은 상기 추인의 내용을 더욱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건 일기에는 객관적인 진료기록의 기재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데, 일기에는 ‘2015년 5월 1일부터 2016년 9월 30일’까지의 일이 적혀 있지만, 말다툼이 일어난 다음날인 평성 28년 9월 30일이후의 페이지는 여백으로 있고, 그 후의 일은 일절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과 이날 이후의 기재가 전혀 없는 형태는 부자연스럽다. 원고는 노동 심판 단계임에도 파워하라 등이 존재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일기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고 소송의 제3회 구두변론에서야 처음으로 제출하고 있는 것임을 함께 고려하면, 본건 일기는 각 일자의 전후에 작성된 것인지가 의심이 되므로, 일기만을 가지고 파워하라 등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권오현 변호사(법무법인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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