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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은 최고사법기관인가

    국익도 고려해야 할 강제징용사건
    '처리 지연'이 직권남용죄 된다면 정책법원으로의 대법원 기능 부정

    이용우 전 대법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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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제101조 1항과 2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역대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와의 위상관계에서 최고사법기관임을 자임해 왔다. 그리고 대법원의 기능은 단순히 3심법원으로서의 권리구제 기능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국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지도하는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가진다고 해 왔다. 

     

    그런데 이 정부의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는 이러한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그 기소가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 전반을 총체적으로 해부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인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법원의 최고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가 부정되는 결과를 가져올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강제징용사건의 처리와 관련한 공소사실이다. 한 마디로 말하여,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들어 사건의 처리를 지연시켜 달라고 요청하였는데 대법원이 이 요청에 따라 사건의 처리를 지연시켰으니 지연처리 과정에서 행해진 사법행정이 모두 직권남용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건은 국제외교관계가 걸려 있으므로 국가의 이익도 고려하여 판결하여야 할 사건이다. 말하자면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이 요구되는 사건인 것이다. 이것은 그 후 김명수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하여 일본 측이 보복조치에 나서고 이로써 우리나라가 엄청난 국익 손실을 입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러한 사건에 관하여는 정부 측의 의견을 듣는 것도 허용되어야 하고 국익에 따라 그 의견을 참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장은 그러한 처리과정을 박근혜 정부와 ‘거래’한 것이라 하여 직권남용죄로 기소하였으니 이러한 기소는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부정하는 전제에 선 것이 아닌가.

     

    다음으로 헌법재판소와의 위상 문제로 제기된 공소사실을 보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출범 이래로 최고사법기관의 지위를 놓고 다투어 왔는데 주요 쟁점으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 문제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 문제 등이 있다.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할 때 한정위헌제청을 하지 말고 단순위헌제청을 하도록 지도하였고, 비록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었다 하더라도 그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지위 상실 여부의 결정 권한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에 있다고 하급심 법원을 지도하였는데, 이러한 지도는 모두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대법원의 최고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공소장은 이를 모두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불순한 기도로 보아 그러한 기도를 모두 직권남용죄로 기소하였다. 그렇다면 그 반사효과로서 이제는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 아닌가.

     

    또한 공소장에 의하면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사건 처리 등에서 수많은 직권남용죄를 범한 이유는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을 박근혜 정부로부터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대법원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고 그 방안을 두고 역대 대법원이 모두 고심해 왔는데, 전 대법원장은 그 방안으로서 상고법원 신설 안을 제시하여 이로써 대법원이 심사할 사건을 줄이자고 하였었다. 그런데 공소장은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추진 안이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불순한 기도임을 전제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였으니 이제 더 이상 대법원의 업무부담 경감방안으로서 상고법원 또는 이와 유사한 방안은 그 당부를 따지기도 전에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현실적으로 채택 가능한 업무부담 경감 방안은 대법관 수의 대폭적인 증원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대법관 수가 대폭적으로 증원되면 대법원의 최고법원으로서의 위상이 떨어지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길이 넓어지게 되어 자연히 대법원은 최고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헌법재판소에 넘겨주게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볼 때 전 대법원장에 대한 기소가 받아들여지면 대법원의 최고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는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결과로 될 것이다.

     

    한편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헌법재판소를 최고사법기관으로 삼고 싶어 할 이유가 있다. 헌법재판소에는 재판관이 9명밖에 없는데 그 임명절차를 보면 쉽게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장악할 수 있음은 오늘날 이 정권의 재판관 임명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러나 법원은 법관이 3000명이나 되는데 그 중 일반 법관의 임명에는 정권이 개입할 수가 없고 대법관의 임명에도 정권의 영향력은 헌법재판관 보다는 훨씬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이니 정권의 입장에서는 장악하기가 쉬운 헌법재판소를 최고사법기관으로 삼아 사법부를 그의 지배하에 두고 싶지 않겠는가. 이 정권이 벌인 대대적인 사법부 수사와 전 대법원장의 구속도 그 궁극적인 지향점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지켜보아야 한다.

     

    만일 정권에 장악된 헌법재판소가 최고사법기관이 되고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이 빠진 3심법원으로서의 기능에만 머물게 되면 사법부의 위상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정권에 장악된 헌법재판소가 대표하는 사법부는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정당화시켜주는 들러리의 역할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사법권의 독립이란 있을 수 없고 삼권분립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인민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

     

    대법원의 지위에 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이 정권이 사법부 수사로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정권과 이념을 같이하여 대법원장에 임명되었고 이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해 나가는 사법부 수사의 개시와 전개에 적극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인민위원회를 연상케 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겠다고 하였다. 향후에는 전 대법원장 사건이나 전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지위확인 사건 등의 대법원 판결을 할 것이고 대법원의 업무부담 경감방안도 내 놓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차츰 그의 생각이 드러날 것이다.

     

     

    이용우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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