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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함에 관하여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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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공정하다고 하면, 누구에게나 노력과 기여에 비례하여 상응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이 원칙을 비례 원칙이라 부른다. 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평등한 권리와 대우를 보장받는 것이 진정한 공정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구조적 불평등이나 차별에 노출된 집단이 있다면 혜택을 주어 이를 보정하는 것이 옳고, 그러지 못할 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직관이다. 이를 보편 원칙이라고 한다. 

         

    두 원칙은 공정성을 이루는 두 축으로 모두 옳지만, 서로 충돌한다. 법정에서도 그렇다. 판사라면 누구나 자신의 법정이 그 어느 곳보다 공정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개개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공정함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흔한 경우로 난생 처음 법정에 와 보았다는 나홀로 당사자의 소송을 생각해 보자. 객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경우를,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와 비교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더 설명하고 어디까지 절차적 배려를 하여야 할까. 

     

    비례 원칙에 충실하자면, 판사는 엄격한 관찰자이자 심판이면 족하다. 각자 능력껏 주장하고 입증한 뒤 그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을 감당하면 족할 뿐 법원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절차 이전부터 존재해 온 현저한 격차에 대한 고려 없는 엄격한 비례 원칙의 관철은 종종 사회의 기존 불평등을 더욱 강화하는 결론과 이어지기 쉽고, 이는 법 앞에서조차 불평등하다는 비난과 직결된다. 이 때 보편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이 때 개입이 조금만 과하여도 상대방 입장에서 비례 원칙 자체가 침해되었다 느끼고, 역차별을 당하였다는 불만이 나오곤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진정한 공정을 위해서는 두 원칙 중 하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비례는 우리의 본성이고, 보편은 우리의 이상이니 말이다. 본성을 무시하여서는 결코 오래 유지할 수 없고, 이상을 잊으면 무의미하다. 반복되는 업무에 혹 무디어질까, 모두 다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조용히 다시 읊어 본다.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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