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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심으로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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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업을 얻기 위하여 굳이 법조인을 꿈꾸지는 않지만, 막상 법조인이 된 후에는 오히려 생활인의 모습이나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1999년 세기말의 겨울, 동료 연수생들과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할 때였다. 한 선배가 반 우스개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잠시 만나던 분에게 판·검사, 변호사 중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너무나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 자신이 상담해 주겠다고 하였단다. “그 중에 어디 일이 제일 어려워?” “여기는 이래서 어렵고, 저기는 저래서 어렵고… 비슷하게 다 어렵다고 봐야지.” “그럼 퇴근은 어디가 제일 늦어?” “검사는 처음부터 일이 많다 하고, 판사는 계속 일이 많다 하고, 변호사는 소나기처럼 일이 많다 하니, 결국은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럼 돈은 어디가 제일 많이 줘?” “그건 변호사지.” “아니, 그럼 대체 왜 고민인 건데?”

     

    그 이야기를 들은 동기들은 그러게, 그걸 왜 고민할까 하면서도 하나같이 웃었다. 업무량과 보수만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그 이유만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그런 막연한 믿음과 자신감을 공유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취업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은 성장의 시기였던 덕분도 매우 컸겠지만, 어쨌든 법조인으로서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그야말로 각자의 큰 몫이었다. 그리고 힘든 고민의 과정 끝에서 아마도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정의와 가치를 찾아, 누군가는 변호사, 누군가는 검사, 누군가는 판사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중 많은 분들은 그렇게 고민하여 찾은 소중한 가치를 이후 법조인으로서의 삶 자체로 보여 주기도 하였다.

     

    ‘同道諸賢(동도제현)’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법조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혼자는 어렵더라도, 여러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와 함께라면 옳은 길을 벗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좋은 동료, 좋은 선후배로 남으리라 다시 다짐해 본다.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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