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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ristocracy(사법지배)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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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소송법상 법적 요건을 따져보면 적절치 않다거나 법에 위반된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수사 말이다. 여러 건의 고발이 제기된 사건이고 압수수색영장 발부요건 정도의 단순한 혐의도 있다고 볼 수 있고,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이어서 수사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검찰은 당연히 수사에 착수해야 했을 것이다. 더구나 법원이, 대상과 장소가 다소 포괄적이고 특정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으니 검찰의 무리수로도 보이지 않는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신임 검찰총장의 평소 소신대로라면 전격적인 전 방위 압수수색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수사, 과감하고 거칠 것 없는 수사는 그의 상징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물적 강제처분의 시점과 방법이다. 너무나 광범위하다. 20여 곳이 넘는다. 일부 기관은 압수수색의 대상이 아니라 자료제출을 요청해야 할 곳도 있다. 피의자도 아니고 피고발인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당해 마치 피의자인 것처럼 비춰지고, 고발사실이 엄청난 범죄혐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시점이 적절치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다가 겨우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직후였다. 정치적 의사결정을 위한 국회의 절차와 과정에 검찰이 느닷없이 끼어든 것이다. 우리가 심판하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전격 수사착수는 자진사퇴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정치에 앞서 "우리가 정의(定意)하고 결정한다"고 선포한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정치적 과정에 개입한 정치적 행위로 인해 선입견이 생겨 인사검증절차가 방해받게 되었다. 그래서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의 저의가 깔려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사법지배다. 'Juristocracy'란 모든 사회적 문제에 법을 들이대며 법률가가 법의 논리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대작(代作)이 형사처벌 대상인지, 누구의 행적이 친일인지, 교과서의 내용이 역사왜곡인지, 예술이든 역사든 가리지 않고 검찰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사법이 관여하여 수사의 대상으로 삼고 법정에서 판가름 나는 현실을 말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자율성을 발휘하여 규율하지 못하고 법적 판단에 내맡긴 책임이 크지만 그만큼 법과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고 힘이 커졌다는 얘기다. 사법지배주의, 정치의 사법화, 법률가국가 등등이 이러한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다. 법치국가의 이념에는 부합될지 모르지만 사법지배로 정치와 정치인은 사라지고 법과 법률가만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 정치영역에 검찰과 사법의 개입이 과도하면 민주주의와 정치가 왜곡될 위험성도 있다. 정치가 검찰권 행사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역으로 검찰이 정치행위에 끼어드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야당은 검찰의 정치적 편향을 비난하고 여당은 자기편이라 감싸지만 언제 뒤바뀔지도 모른다. 이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찰수사를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이 뒤바뀐 모양새다. 여당은 검찰적폐라고 비난하고 야당은 검찰의 칼을 빌려 도려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칼이 야당을 겨눌 수도 있고 정치를 찌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권이 검찰권을 끌어들이는 것도 삼가야 하지만 검찰이 스스로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이유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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