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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의 손해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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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다 보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손해’와 ‘법원이 판례를 통해 인정하는 손해’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게 된다. 피해자가 상당하지 않은 인과관계를 주장하거나, 그 손해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여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 등에는 변호사로서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주장하더라도 승소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해줄 수밖에 없다. 후자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낙담하는 모습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특히 불법행위 사실이 선행판결이나 처분에 의해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충분히 배상받지 못할 경우에는 그 안타까움이 더 크다. 변호사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꼭 그렇게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 중에는 법원이 불법행위를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손해의 특정 및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반면 법률전문가라면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률전문가와 피해자 간 인식의 차이’를 간과해도 좋을까? 

     

    특별법 분야에서 ‘입증책임의 전환’이나 ‘추정’ 규정의 입법을 통해 그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계속되고 있다. 예컨대, 지적재산권법 분야에는 ‘특허침해자가 그 침해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액을 특허권자가 입은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규정이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손해액을 추정하는 특별조항들이 있다(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다). 이 같은 ‘손해의 추정’ 규정들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울 때에 매우 유용한 법적 근거가 된다. 이 특별조항들을 새로운 입법을 통해 일반 불법행위의 피해자를 위해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민사소송법상 ‘당사자가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불법행위자가 손해를 산정할 수 있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제출하지 않을 때'에 법원이 적극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실제 손해는 소송에서 청구한 금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피해를 입고 이를 수습하거나,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것,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받는 것, 소송 준비와 증거 수집·정리를 하는 것, 법원과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는 것, 소송 때문에 본인의 생업에 지장이 있는 것,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시간, 노력, 돈을 쓰는 것 등. 여기에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한다. 그러나 소송비용과 변호사비용을 일부 보전받는 것 외에는, 피해자가 위와 같은 부수적 손해까지 배상받는 일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대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사의 입증책임 분담 및 증거재판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피해자가 입은 억울한 손해를 최대한 보전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사법정의와 사법신뢰를 단단히 쌓는 비결이 될 것이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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