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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정의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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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 맘 때 한 달가량 중국에 연수를 다녀왔다. 중국이 매년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 몽골 등 주변 나라의 젊은 법조인들을 초청하는 것인데,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형 변호사인 나로서는 무려 한 달 동안 외국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동적으로 가게 되었다.

     

    연수는 주로 중국의 법률제도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형사소송법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중국에서는 피의자에게 진실의무가 있어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고(제120조),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공안의 1회 조사 이전까지는 변호인 참여권이 제한된다(제34조)고 하였을 때에는 조금 놀랍기도 하였다. 악인(惡人)은 필벌(必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보다 열 명의 죄 있는 사람을 풀어주는 것이 낫다”고 배운 나로서는 ‘정의’와 ‘실체적 진실발견’을 대하는 두 나라의 시각 차이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 교수는 전직 대통령들의 구속 사례를 들며 자기 주변에는 “한국에서 정말 싫은 사람이 있으면 대통령을 시키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약간의 도발(?)로 여긴 나는 한국은 법으로 지배(rule by law)하지 않고,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받기 때문에,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변호사로부터 재판 결과에 따라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지나친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을 때, 무려 4611km나 떨어진 다른 나라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그의 식견에 감탄하면서도, 딱히 반박을 하기 어려워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사법부는 다른 국가기관은 물론 언론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아야 하고, 시민들은 판결 내용에 대하여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하지만, 판사 개인에 대한 인신적인 비난은 자제되어야 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을 해야 하는데, 피고인이나 변호인 입장에서 판사로부터 "여론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리겠다"는 말을 듣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법률뿐만 아니라, 각국의 주류교류도 하면서 술잔에 비친 그들의 눈빛, 그리고 거기에 비친 우리의 정의, 그리고 재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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