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법조광장

    [국민참여재판 단상(Ⅱ)] 당첨된 자, 기피된 자, 살아남은 자

    김정민 부장판사 (수원지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6432.jpg

    배심원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 가운데 선출되어 심리나 재판에 참여하고 사실 인정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사람을 말한다. 국민 국어사전인 네이버 사전의 설명이다. 한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심원이란 이 법에 따라 형사재판에 참여하도록 선정된 사람을 말한다. 또 이 법률에 의하면 배심원은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국민참여재판이라는 긴 열차는 일반 국민인 배심원 후보자 중에서 그 날의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배심원을 선정하는 ‘선정기일 절차’로부터 시작된다. 열차 1호차에는 통지를 받고 올라탄 배심원 후보자들이 앉아 있다. 각각 부여받은 번호는 흡사 열차 좌석번호와 같은데, 일단 그 번호가 당첨되어야 ‘후보자’ 지위에서 벗어나 다음 칸으로 전진할 가능성이 있다. 수십 명의 배심원 후보자 중 통상 8명이나 10명 안에 뽑혀야 되니 당첨확률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검사와 변호인이 양측에 보다 유리한 의견을 제시할 배심원을 선정하기 위해 해당 사건의 특성 등에 맞춰 질문을 하고 기피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당첨되었다고 바로 안심할 것도 아니다. 당첨된 줄 알았다가 기피당하는 황당한(?)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된 기피 사유는 일정한 전과 등 결격사유 등이 있거나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검사와 변호인은 일정한 숫자의 배심원후보자에 대하여는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하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 어려운 말로 ‘무이유부기피신청’이다. 무이유부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배심원후보자는 법원도 구제해 줄 수가 없다. 기껏 번호가 당첨되어 열차 2호차에 가서 앉았더니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다시 서서 가라는 식이니 배심원 후보자로서는 자신이 뭘 잘못 했나 억울하고 기분상할 법도 하다. 치열하게 다툰 쟁점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주문만 설시된 판결문을 받는다면 느낌이 그와 비슷할까 생각도 해본다. 이 지점에서 재판장은, 영문도 모르고 기피된 배심원 후보자가 혹시라도 망연자실할까봐 "후보자가 기피되어 최종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배심원단의 구성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에 따른 것이지 개인에게 어떠한 흠이 있거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라는 취지의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수회 반복하기도 한다.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무이유부기피신청 제도가 있다고 한다. 또 이러한 제도를 두는 것은 헌법적 요청은 아니지만 공정한 배심원단을 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기피신청의 전제가 되는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검사와 변호인 또는 재판부가 배심원 후보자에게 던지는 질문의 내용과 절차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교통사고 사건에서 운전을 할 줄 아는지, 상해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어느 정도로 감안하는 것이 옳은지, 치료감호 청구사건에서 조현병을 가진 피고인을 심신미약 상태로 볼 것인지 등 당해 사안과 관련한 족집게 질문들이 등장한다. 한편 타인의 형사처벌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감내할 수 있겠는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 배심원 후보자의 보편적인 임무수행적격을 가려내는 여과형 질문도 있다. 대부분은 질문에 성실히 답하며 관심을 표명하나, 어느 배심원 후보자는 본인의 결정으로 타인을 처벌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자진 사퇴하기도 하였다. 강력 사건의 경우 혹시 나중에 보복당하면 어떻게 하냐는 진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자, 드디어 열차 마지막 칸에 다다랐다. 질문과 기피 절차를 반복한 결과 최종 남은 자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 날의 배심원단이다. 어찌 보면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이제 이들을 태운 열차가 막 출발하려 한다. 판결 선고라는 목적지까지 가려면 꽤나 멀고 험한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정차역마다 어려운 법령과 엇갈린 진술이 승차를 기다리고 있다. 간혹 애매한 증거도 무임승차를 시도한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가득 주유해야겠다.

     

     

    김정민 부장판사 (수원지법)



    ☞ one point 법령 해석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28조(배심원후보자에 대한 질문과 기피신청)
    ① 법원은 배심원후보자가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배심원후보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검사 또는 변호인으로 하여금 직접 질문하게 할 수 있다. 

    ③ 법원은 불공평한 판단을 할 우려 등 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직권 또는 기피신청에 따라 당해 배심원후보자에 대하여 불선정결정을 하여야 한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20조(배심원후보자에 대한 질문)
    ① 선정기일에서의 질문은 배심원을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 한정되어야 하고, 배심원후보자의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