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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가끔은 'NO'보다 'NO, but' 필요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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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박찬석 부장판사)가 사법사상 처음으로 원격 영상 증인 신문을 실시했다. 형사소송법에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의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도는 사건 관계인의 편의 증진은 물론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피해자가 법정 출석 증언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오(47·사법연수원 29기) 안동지원장은 "1심이 형소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이를 상급심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동지원이 이 같은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피고인이 법정에서 "대가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해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 신문할 필요가 있었지만, 증인은 성매매 사건의 피해자인 17세 여고생인데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다. 부모가 생업 등의 사정으로 딸과 함께 안동지원까지 가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딸이 입을 2차 피해도 걱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법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계속 피해자의 법정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사법정의'에 부합하고, '신뢰받는 법원'의 모습일까. 안동지원은 신문 실시 전 모든 판사들이 모여 이 문제를 토론한 끝에 형사소송법 제165조 및 제165조의2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원격 영상 증인 신문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실심 첫 머리인 1심 법원이 실체적 진실발견은 물론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피해자 보호 등 형소법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들을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 시절 사건 당사자들에게 다른 방안을 찾아주고 싶어도 명문 규정이 없어 '노(NO)'라고 한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쉽게 'NO'라고 할 것이 아니라 법 해석자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끔은 "NO"보다 "NO, But…"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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