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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처’와 정부조직 구성원리와의 관계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법안'
    헌법·행정부조직 구성원리 反해
    정합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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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려면 정부조직 구성원리와의 정합성(整合性)에 대한 몇 가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 안에 공수처를 두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제2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그 제2항은 ‘중앙행정기관은 이 법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처 및 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공수처를 둘 수는 있다.

     

    지금 국회에 발의되어 패스트트랙에 올라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공수처법안 2개(백혜련의원안, 권은희의원안)는 예산업무 수행 시 중앙관서의 장으로 보는 규정을 두되(백혜련안 제17조 제6항, 권은희안 제6조 제6항), 공수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공수처를 직무상 독립성은 유지하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중앙행정기관(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09헌라6 결정)으로 두는 것으로 보인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18조 참조). 

     

    그러면 대통령 직속으로 행정권에 속하는 ‘검찰’ 기능을 수행하는 공수처를 둘 수 있을까? 대통령 직속으로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조직법상 ‘처’급 행정기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은 모두 국무총리 휘하에 있다. 정부조직법 제18조 제1항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수처의 검찰 기능은 당연히 국무위원인 법무부장관이 관장해야 한다. 특별검사처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검찰 기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몰라도, 통상적·항상적으로 상시(常時) 검찰 기능을 수행하는 공수처는 반드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법무부장관), 나아가 이들로 구성된 국무회의의 문민(文民) 통제 하에 놓여있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원이 형식상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의 통제 밖에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국정원은 기소권이 없어 법무장관 산하의 검찰에 사건을 모두 송치하여야 하므로 정부조직 구성원리상 문제는 없다.

     

    정부조직법 제32조 제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라고, 그 제3항은 ‘검찰청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로써 법무부장관 소속의 검찰청 중의 하나로 특별검찰청 개념의 공수처를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통령 소속으로 공수처를 두는 것은 현행 정부조직법상 불가능하다.

     

    차라리 법무부장관 소속 하에 검찰 기능을 하는 고위공직자범죄특별검찰청을 두는 것이 맞다. 예컨대 영국의 중대부정수사청(SFO)은 수사권·기소권을 가지고 있는데, 법무부 소속이다. 프랑스의 국가금융검찰(PNF)도 전국을 관할하는 검찰청의 일종이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특별검찰청을 법무부 산하에 대검찰청과 별도로 두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 ‘검찰총장’은 헌법상 근거가 있는데(헌법 제89조 제16호에 의하면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 심의사항이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상설 검찰청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그러면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면 되는가? 지금 국회에 발의되어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공수처법안 2개는 공수처를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법안 제3조 제2항 :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 기소권까지 가지면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설치된 예로는 인도네시아의 부패척결위원회(KPK)가 있다. 다른 선진법치국가에는 유례가 없다. 

     

    그러나 개헌 없이 독립기관으로 공수처를 두는 것은 헌법 및 정부조직 구성원리에 비추어 더더욱 불가능하다.

     

    공수처가 수행하는 수사와 기소·공소유지 등 검찰 기능은 헌법상 전형적으로 행정부(제4장 제2절)의 권한에 속하기 때문에, 그것을 행정부(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에서 분리하여 독립시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헌법상 근거가 없는 독립기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조(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독립성) 제2항은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를 국가인권위원회와 비교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설립이 유엔의 기본준칙에 따른 것으로 연혁과 성격이 전혀 다른 합의제 기관이어서 공수처와 경우가 다르다.

     

    결론적으로,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수처법안 2개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행정부 조직 구성원리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 이러한 쟁점을 국회가 앞으로 정치(精致)하게 보완하지 않으면 그 출범 후 위헌 시비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이와 같이 정부조직 구성원리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위헌 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독립수사기관을 설치하되 기소권을 부여하지 말고 검찰에 사건을 모두 송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본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 말레이시아의 반부패위원회(MACC)는 수사권은 있으나 기소권이 없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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