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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의 법정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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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어려워지면서 법정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억울함과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거듭된 실패와 갈등 속에서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은 판사에게 화를 내고, 눈물로 하소연을 한다. 절차대로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사건 진행 면에서는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이 판결에 진심으로 승복할 리 만무하다. 여러 차례 조정 기일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판결문을 쓰는 것보다 품이 훨씬 많이 들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법정에서 미처 몰랐던 사정을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경험과 지혜가 쌓인 조정위원이나 상임 전문심리위원들의 한 마디가 판사의 법률전문지식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형사 법정에서도 형을 선고하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차례 같은 범죄를 저질러 오는 피고인들 중 처벌보다 치료가 먼저 필요한 이들을 만나게 될 때이다. 전문가의 도움이나 약물 치료 등이 수반되지 않으면 피고인 혼자만의 반성과 노력만으로는 악순환의 굴레를 끊어내기 쉽지 않다. 치료적 사법제도가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치료적 사법제도란 처벌 위주에서 벗어나 약물치료, 치료감호 등을 통하여 범죄자가 재범에 빠지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아내를 살해한 치매 환자에게 치매전문병원 입원 치료를 조건으로 직권 보석 결정을 한 것이 그 예이다.

     

    우리 모두에게 일상은 갈등과 고난의 연속이다. 툭 건드리면 주저앉고 울고 싶을 때도 있다. 참고 참다 못견디고 오는 곳이 법정이다. 굳이 거창한 프로그램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선 필요한 것은 "힘들었겠다"는 말 한 마디일지도 모른다. 

     

    창문 하나 없이 숨막힐 듯한 분위기의 법대에 앉아서 나는 상상한다. 클래식 음악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며 개정하는 법정을.

     

     

    최다은 판사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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