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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전략

    박지연 판사 (서울고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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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목이 뻣뻣하다. 일명 파워요가를 시작한 지 두어 달 되었는데, 수강생들 중에 가장 목이 뻣뻣하여 영 돌아가질 않는다. 물론 목만 뻣뻣한 것은 아니다. 신체기관에서 어느 정도 비틀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각도가 나오질 않는다. 얼마 전엔 고관절을 비틀다 딱 소리가 나서 강사님이 토끼 눈을 하신 적이 있다.

     

    나는 신체관절만 뻣뻣한 것은 아닌가 보다. 우리집 그분은 나에게 자주 제발 좀 나긋나긋해 질 것을 충고한다. 지난번 글에서 밝혔듯 내가 우리집 그분에게 굽신거리는 시간은 아주 잠시라서 때로는 내가 굽신거렸는지 모르고 지나쳐질 때도 있다. 자고로 정치를 잘하려면 허리와 무릎이 유연해야 한다 하였는데, 나는 적어도 우리집에서만큼은 정치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우리집 그녀는 참 유연하다. 평소 자주 완고하게 나에게 맞서 대항하다가도 필요할 때에는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군다. 뻣뻣한 나는 그녀의 쉬운 피식자이다. 그녀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다가도 그녀의 달콤한 비술에 홀려 지갑을 열고 만다.

     

    그래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나는 강해지기 위해 유연함을 연구하였다. 이 유연함은 배알 없음과는 결이 다르다. 내가 추구하는 강함은 시련이 오더라도 상처받지 않는 것, 상처를 받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배설하는 것이다. 나약한 인간으로서 나는 크고 작은 시련들을 미리 막을 능력도 없었고, 시련들에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할 능력도 없었으며, 한번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 진실을 더디게 알고 난 후 선택한 차선의 생존 전략이었다. 시련이 파도라면 그 포물선을 따라 유연하게 타야하고, 상처는 맛없지만 꼭꼭 씹어 유연하게 배설하여야 한다. 

     

    그런데 본디 타고나지 못한 나는 아무리 유연함을 연기해도 상처를 받았고, 상처를 배설하지 못해 아파했으며, 아직도 여전히 상처받으며 계속 유연해질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결국은 유연해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둔감함에 대해 새로운 탐색을 시작하였다.

     

     

    박지연 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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