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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기술보호 노력에 대한 첨언

    산업핵심기술은 국가경제와 직결
    기술유출 행위는 국가 미래 좌우
    처벌 강화로 범죄 대응력 높여야

    이광범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L.K.B & Partners)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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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되었지만 짧은 기간 동안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민관이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 높은 기술력을 가진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를 만들낸 것이다. 그러나 부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만들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른 나라들도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기술개발에 나서는 한편, 상대국의 첨단 기술을 도용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기술보호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 다른 나라의 앞선 기술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기술유출을 걱정할 정도로 성장한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국가의 핵심기술은 국가 경제와 직결되는 국가 안보차원의 문제인 만큼 체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산업스파이 색출에 노하우를 가진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정부부처와 기업들이 힘을 모아 기술보호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정책결정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특히, 최근 산업기술보호법, 영업비밀보호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그간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제도들을 상당 부분 보완하고 법망을 촘촘히 구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 중에서도 내년 2월 시행될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자에 대한 처벌 형량을 3년 이상으로 대폭 강화하였고 징벌적 손해배상제(3배)도 도입하였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가 범죄예방 등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스파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기술유출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스파이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적발되더라도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기술유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판결이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104건 중 산업스파이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단 5건(4.8%)에 불과하고, 대부분 집행유예(51건, 49%) 또는 벌금형(41건, 39.4%)에 그쳤다.

     

    또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어도 항소심 등의 과정에서 감형이 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대형조선사의 협력업체들에 순차적으로 취업하면서 계획적으로 LNG선 기술자료를 유출한 인도인 엔지니어는 2017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2018년 2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되었다. 조선경기가 바닥을 치던 당시, 핵심기술마저 유출되었다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조선업 1위를 다시 회복한 오늘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스파이들에 대한 법원 판결문들을 살펴보면 ‘경미한 피해’, ‘유출기술 회수’ 등 감경요인들은 많이 적용되는 반면, 가중요인인 ‘중대한 피해’가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무형자산인 ‘기술’의 특성상 피해를 정확하게 객관화하기 힘들거나 가시적으로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을 도산시키고 산업을 무너뜨려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기술유출 범죄를 피해 규모 추정이 어렵고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여 약하게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불법적 기술이전액이 연간 3000억 달러를 상회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산업스파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거세다. 2013년 경제스파이법을 대폭 개정해 법정형을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고, 양형기준도 즉시 상향함으로써 법개정의 실효성을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 대법원이 만든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유사범죄의 양형기준과 비교해 보아도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가법상 횡령 배임죄(5억~50억)는 양형기준 기본 상한선이 5년인데 반해, 통상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R&D자금이 투입되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은 양형기준 기본 상한선은 3년 6개월에 그치고 있다.

     

    피해액 산정도 그동안에는 피해기업들이 피해액을 계산한 다음 법원에 제출하였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 힘들었으나,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기술유출 피해액 산정모델을 개발하여 확정하고 또 위원회 등 공신력 있는 기구를 마련하여 공정하게 산정한다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초윤장산(礎潤張傘)’라는 말이 있다. “주춧돌이 촉촉해지면 비가 내릴 징조이니 우산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보듯 기술은 경제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기술 유출행위는 기업의 존폐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해악성이 심각한 중요 범죄로 보아야 한다. 이제는 산업기술 유출자가 추상같은 처벌을 받도록 함으로써 유사범죄 차단은 물론 기술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 기술유출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이득추구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간 경제전쟁의 한 단면으로 판단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광범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L.K.B &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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