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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1억원'의 존재 이유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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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 간 위자료 1억원을 인용 받은 판결을 두 차례 받았다. 한 달 전 무변론승소판결을 선고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일명 '그런 1억원은 필요없다'는 소송고군분투기를 다룬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법률신문 '그런, 1억원은 필요 없습니다' 참고). 이 사건 쟁점은 원고가 아동기 피고로부터 성학대를 당하고 약 14년 후인 2016년 피고와의 대면으로 정신적 고통이 증폭되어 정신과치료를 받던 중 처음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진단 받은 사안에서 민법 제766조 2항에 의한 '불법행위를 한 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다.

     

    솔직히 처음 사건의뢰가 왔을 때 망설였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피해자들도 소멸시효가 도과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판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해행위 이후 10년이 경과한 사건을 진행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1년 반 소송 끝에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객관적·구체적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 발생이 현실화된 때를 의미한다"고 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인 2016년을 손해배상채권의 시효 기산일로 판단하여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 후유증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성장과정에서 성폭력의 의미를 인지하거나 혼인 및 임신을 하거나 유사사건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트리거가 작동해 무의식에 존재했던 고통이 재현되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임신거부증, 자살충동 등 아동기에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행태로 후유증이 발현되거나 증폭되는 고통을 호소한다. 원고가 1심에서 인정한 1억원의 위자료를 거부하고 소멸시효라는 견고한 바위에 계란을 던져온 이유는 성폭력피해 특수성이 반영된 판결문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 사건 1억원의 존재 의미에 관해서는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주인공 임바른 판사의 대사를 빌리고자 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지만 놀랍게도 아주 가끔은 세상이 바뀐다.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꼭 해야 되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그런 질문을 …." 부디 남은 질문은 국회에서 이어주시길.

     

     

    김재희 변호사 (김재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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