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지금은 청년시대

    철학만 아는 철학자는 있으나 법학만 아는 변호사는 없다

    김기원 변호사(성균관대 노동법 박사 과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57514.jpg

    헌법재판소는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에 대하여 2018년 4월 26일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다. 이에 대해 김정우 의원 등 29인은 지난 10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하려면 6개월의 실무연수를 받아야 하고, 특히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금지한다'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0월 24일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세법과 회계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으로 분리할 수 없다. 변호사가 세법만 안다고 해서 세무사법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도 없다. 6개월 실무연수 뿐만이 아니라 평가시험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위 개정안에 대해 논평하였다.


    위 개정안 및 세무사고시회의 논평은 변호사 제도가 어떠한 관점에서 고안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세법 뿐 아니라 모든 법률 실무는 사실적인 전문지식과 법적 지식이 상호간에 동전의 양면과 같이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국가는 법을 만들 때 법조인이 해당 법 분야의 전문 지식을 알고 있다고 전제하며, 법률에 사실상의 전문지식은 기술하지 않는다. 형법은 수사와 범죄의 전문지식을 기술하지 않으나 형사법관과 검사와 형사변호인이 그것을 필요한 만큼 이해하고 있다고 전제한다. 상법은 회사 운영과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기술하지 않으나 법조인들이 그것들을 알고 법률을 사용하리라고 기대한다. 세법도 마찬가지로 세법에는 회계 등의 전문 지식이 기술되어 있지 않으나 세법을 해석하는 법조인들이 필요한 만큼의 지식을 가졌으리라고 전제한다. 이는 법관이 회계 전문성을 별도로 검증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세 소송의 판결을 세무사나 회계사가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과 같은 관념이다.

    근대국가는 변호사에게 법률사무의 처리를 포괄적으로 위임했다. 이는 변호사가 법률이라는 동전 앞면의 반대면에 있는 전문적 사실관계를 일반인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측면을 포착한 것이 아니다. 변호사는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공법과 사법을 유기적으로 이해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 법철학에 기반한 정교한 이익형량의 관념, 사실관계와 법적 지식을 고도의 논리력과 분석력을 기반으로 통합하여 현출하는 사고 능력, 이를 주장과 증거의 방법으로 법관이 오류없이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능력 등에 바탕한 법률사무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각 전문분야를 필요한 만큼 익혀서 법률사무를 처리할 것을 기대받는다. 각 전문분야의 전문지식은 각 부처 공무원을 비롯해 특정 분야에 장기근속한 자가 더 잘 알 수 있으며 그것이 당연하다.

    수학만 아는 수학자와 철학만 아는 철학자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건축학만 아는 건축학자와 법학만 아는 법학자는 없다. 법은 관념적인 추상철학이 아니라 구체적 분쟁에서의 이익형량을 통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정의를 찾는 방법으로 철학과 논리학이라는 동전의 앞면을 주축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전문지식이라는 동전의 뒷면을 통합하여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동전의 앞면에 불과한 수학과 물리학 지식만으로는 작은 집도 지을 수 없다. 모든 법학은 건축학과 같이 항상 현실 위에서 존재한다. 변호사의 모든 업무는 사실관계에 관한 전문지식이 동전의 양면처럼 수반된다. 이는 세법 영역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고유의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세법과 회계만이 다른 법률영역과 달리 법률적 전문성과 사실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모두 요구되므로 다른 영역과는 다르게 취급하여 변호사의 권한이 유달리 제한되어야 한다는 듯한 개정안의 논지는 타당하지 않다.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모든 분야에 대한 사실관계와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실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변호사 전문분야 등록제도이다. 변호사의 업무중 일부 영역만 소위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며 6개월의 실무연수를 받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다는 논리는 부당하며 다른 법 영역과 논리가 일관되지도 않는다. 순수하게 법학만 알면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법률사무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은 순수한 수학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실문제가 하나라도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비논리적이다. 모든 변호사의 모든 업무는 수학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에 발을 디딘 공학적 차원의 것이다. 철학만 아는 철학자는 관념속에서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법학만 아는 변호사는 현실에는 물론 사고실험의 추상세계에서도 상정할 수 없다.

    개정안은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의 경우 6개월 실무연수를 받더라도 수행할 수 없도록 변호사의 업무영역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가 의료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의사로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논지로 변호사가 조세소송을 할 수 있다고 하여 회계장부작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맥락의 주장이 그 근거로 보인다. 그러나 의사의 의료행위는 처음부터 법률적 문제를 예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법과 친하지 않다. 의료행위에서 법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이다. 의사가 곧 유능한 보건복지부 행정공무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계장부작성 업무는 처음부터 조세신고와 같은 법률사무를 예외 없이 항상 전제한다. 세무사나 회계사는 유능한 국세청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이는 경찰의 수사업무가 항상 기소여부의 결정이라는 법률사무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의료행위지식과 의료법지식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며 어느 한쪽만 알 수도 있다. 반면 회계와 세법은 동전의 양면이기에 변호사가 세법에 관한 법률사무를 수행하는 이상 그 전제가 되는 회계업무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근대국가가 법문에 기술되지 않은 전문지식을 법조인이 이해할 것이므로 이를 별도로 제한하지 않음을 전제로 변호사에게 포괄적인 법률사무수행 권한을 준다는 점, 다른 법 영역과 달리 세법 영역만 일도양단적으로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다른 법 영역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세무사, 세무대리전문 변호사, 세무업무 수행능력과 실무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비전문 변호사'를 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야 할 것이다. 개정안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좁게 해석하여 변호사 제도의 취지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고 세법의 영역만 다르게 취급하는 데에 있어 합리성을 가진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나 특별한 사정을 제시한 바도 없다. 개정안의 논리는 더 나아가면 근대국가가 예정한 변호사 제도와 법률의 작동 방식을 근원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처음부터 국가는 법에 전문지식을 기술하지 않았고, 법조인이 사실관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사전에 충분히 익혔는지 검증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변호사는 회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포함한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별도의 제한 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연수는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요건이 아닌, 세무대리 전문분야 등록의 요건에 불과해야 다른 여러 전문분야와 형평성이 맞다. 개정안의 문제의식은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살려 회계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사실관계와 다양한 분야의 법에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양성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회와 정부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법률사무가 수행되도록 하여 공리를 증진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이바지 하려는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취지를 재고하여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김기원 변호사(성균관대 노동법 박사 과정)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