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O마나이O. 필리핀에 있는 내 아이의 이름이다. 올해 10살인데, 그림 그리기가 취미이고, 장래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한다. 코피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여 1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한 국제구호개발 기구를 통해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보통 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를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나라까지 신경 쓰냐”는 반응을 듣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한 편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들의 3분의 1가량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구의 10%인 8억 2160만 명이 기아에 시달렸는데(UN식량농업기구, 2018), 2017년 OECD 국가의 성인 비만율은 19.5%에 달했다고 하니(OECD, 2017), 단순히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오로지 수임료에만 관심을 둘 뿐이고,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아니라거나 술을 마셨기에 ‘심신미약’이라는 일반인의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시민들의 권리를 위해 제정된 법률을 부유한 의뢰인들을 위해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변호사법 제1조). 물론 일반적으로 인권변호사라고 하면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거나, 장애인이나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일을 업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말하지만, 변호사로서 공익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실 나처럼 매달 받는 월급의 극히 일부를 외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것을 두고 공익활동을 한다고 말하기는 민망하다. 우리는 단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자기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라는 극히 우연적인 요소로 인해 최소한의 사람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학교도 다니고, 비행기 조종사 같은 꿈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적어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딸기 맛 사탕’ 같은 선물 정도는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인 장 지글러는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종수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