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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법창

    감사하는 마음

    이성식 과장 (법무연수원 법무교육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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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법무관 시절 형사사건 변호인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피고인 접견을 위해 구치소에 가던 중 몰던 차가 구치소로 복귀하는 호송차 뒤를 우연히 따라 갔다. 법원에서 오전 선고와 공판을 마친 다음 피고인들을 태워 구치소로 되돌아가는 모양이었다. 

     

    그 때 내가 어떤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구치소에 갔는지, 어떤 피고인을 만났는지, 그 피고인이 변론해 달라며 내게 호소했던 내용이 무엇인지는 시간이 제법 흘러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15년 넘게 지난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그 호송차가 정문에서 잠간 멈추었을 때의 광경이다. 

     

    호송차는 여러 피고인들을 정문에 내려주고 다시 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차에서 못 내린 사람들은 구속 상태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거나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법정 구속된 피고인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피부가 곱고 앳된 젊은이, 백발의 노인, 세월의 무게를 잔뜩 안고 있는 뽀글이 머리 아주머니, 삭발한 승려인 듯하나 뚜렷한 문신 때문에 조폭인 듯 보이기도 하는 아저씨 등 여러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던 가족, 친지, 지인들과 함께 얼싸안고 혹은 울면서 아이처럼 기뻐하였다.

     

    구치소 정문 앞이 이렇게 기쁜 장소가 될 수 있구나.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기뻤을까. 아니다. 그 때보다 더 기쁠 수도 있겠다. 나라가 해방된 것보다 내 몸이 해방된 것이 더 ‘피부’에 와닿을 것 같다. 

     

    일이 많다거나 쉴 틈이 없다거나 무슨 불평하려는 생각이 들면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과 함께 생생했던 그 때 그 광경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 내가 불평하는 이 상황은 그 사람들에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쁜 상황이다. 왜 내 마음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감사치 아니하고 부족한 것들, 원망할 거리들만 찾는 것일까. 혹시 그 때 기뻐하였던 그 사람들도 15년이 지난 지금, 그 때보다 상황이 더 나은데도 불평하는 데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성식 과장 (법무연수원 법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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