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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취재수첩] 대법원의 가혹한 부작위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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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행정법 강의를 듣다 '부작위 위법 확인소송'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다.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상당기간 내에 일정한 처분을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다. 이때 처음으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도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심 재판장의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낸 기피 신청 사건을 대법원이 접수한 지 4개월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피 신청을 당한 재판장이 오는 2월 법관 정기인사 대상이어서 재판장 변경이 불가피한 만큼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 내 이견이 있어 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관이 3월 4일 퇴임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의 판단 지연이 이처럼 불필요한 억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 1974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된 소설가 정을병씨의 단편소설 '육조지'에 나오는 문구다. 

     

    최고 판단기관인 대법원이 국민이나 법조계로부터 미뤄 조진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특히 기피 신청에 따라 재판이 중단되면 그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 기피'가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정기인사는 다음달 6일 발표, 24일 전보로 예정돼 있다. 이번 인사에서 재판장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므로 대법원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간은 약 보름에서 한 달여 남은 셈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justice denied)'라는 법언이 있다. 대법원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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