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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멍부'를 아시나요

    정유미 부장검사(대전지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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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의 우스갯소리 중, ‘똑부, 똑게, 멍부, 멍게’의 상사분류법이 있다. ‘똑’은 똑똑함, ‘멍’은 멍청함, ‘부’는 부지런함, ‘게’는 게으름을 줄인 말이다. 이 중에서 누가 최악의 상사일까? 얼핏 생각하기엔 ‘멍청함’과 ‘게으름’의 악성을 고루 갖춘 ‘멍게’가 최악일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똑게’를 최고, ‘멍부’를 최악의 상사로 친다. ‘똑게’ 상사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 부하들에게 맞는 역할을 정해 방향만 일러 준다. 그러면 굳이 직접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부하들이 성과를 만들어 낸다. 반면, ‘멍부’ 상사는 아무한테나 엉뚱한 일을 맡기고 온갖 쓸데없는 일을 벌이면서 쉬지 않고 부하들을 들들 볶는다. 그 결과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부하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고갈시킨다. 

     

    대전에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범행을 한 일당이 기소되었다. 피해자가 2천명에 육박하고 수사기록만 2만 페이지가 넘는데다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사건이었다. 실력 있는 고참검사가 몇 달동안 재판을 준비해 왔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열띤 공방이 시작되는 참이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코로나 역학조사 지원단’에 검찰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하더니 난데없이 이 고참검사를 뽑아가버렸다. 워낙 방대한 사건이라 내용을 모르는 검사가 그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지난 인사시즌에 다른 지방으로 떠나갔던 수사팀 검사들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준비하고, 매번 재판기일마다 장거리 출장을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코로나 관련 범죄수사도 아니고, 역학조사에 굳이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확진자 동선추적에 수사기법을 동원하고자 한다면, 법률가이자 지휘관인 검사보다는 실제 수사를 수행해 온 수사관과 경찰관들의 실력이 훨씬 낫다. 분명한 것은, 그 검사는 코로나 역학조사 대신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범행 공판에서 천만 배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사람 쓸 줄 모르는 어느 ‘멍부’의 결정으로 여러 명이 개고생이다.

     

    부장이 된 후 나의 다짐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똑게’는 못되더라도 ‘멍부’는 되지 말아야지.

     

     

    정유미 부장검사(대전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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