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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여전히 보석허가는 법원의 은전인가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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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전광훈 목사가 최근 보석허가로 석방되었다. 공소사실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지만 언론보도에 의하면 필요적 보석으로 석방되었다고 하는데도 절차나 보석조건 등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전 목사는 수차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였다가 기각되고 구속기소가 된 후에 보석청구까지 하여 4월 1일 보석심문을 받았는데도 보석은 4월 20일에야 비로소 결정되었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보석청구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55조)는 규정에 어긋난다. 전 목사가 공개집회에서 자유우파를 지지해 달라고 주장한 내용 등이 공소사실이고 4월 15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 이를 특별한 사정으로 보는 경우라도 선거일이 지난 다음 날에 충분히 보석결정을 할 수 있었는데도 법령을 크게 위반한 것이다.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8년 보석결정 평균처리기간은 지방법원 15.3일, 고등법원 23.8일, 대법원 65일로 상급심으로 갈수록 위반의 정도가 심하다. 

     

    여러 가지 까다로운 보석조건이 부과되었다. 그 중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3000만원은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하였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보석조건을 다양화하면서 보증금납입을 필수적인 조건으로 하지 않았기에 피고인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 필요적 보석을 인정하였다면 과도한 보증금납입을 요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도 현금을 3000만원이나 내도록 한 것은 공소사실을 고려해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변호인 외에 사건관계인과는 전화·소셜미디어 등 어떤 방법으로도 접촉해선 안 된다고 하였다. 형사소송법에 '피해자, 당해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신체·재산에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주거·직장 등 그 주변에 접근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보석조건이 있기는 하다(형사소송법 제98조 제4호). 그러나 이 조건은 통상 성폭력이나 보복범죄와 같이 피해자 등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피고인에게 적절하게 부과할 것을 예상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허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건이 부과되었는데, 이는 피고인에게 보석이 인정되는 이유를 모르는 조치이다. 보석은 피고인에게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는 등 방어준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 당사자주의를 실천하는 제도이지 피고인을 감옥에서 석방시켜 은전을 베풀어주는 대신으로 주거지에서 꼼짝도 못하게 잡아두려는 것이 아니다. 임의적 보석이라면 또 몰라도 필요적 보석과 모순되는 보석조건을 무리하게 강요하는 것은 법원의 횡포이거나 무지한 관행일 뿐이다.

     

    제발 법원은 보석허가권을 가지고 있다는 괜한 권위의식을 버리고, 피고인에게 보석권이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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