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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세자 소송의 도입 필요성

    권형기 변호사(법무법인 평안)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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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최근 정부의 추경확대, 기본소득 지급의 현실화 등에 따라 우리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의 1826년 공금의 위법한 지출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의 첫 인정 이후 19세기 후반 미국 그리고 1948년 일본에서 도입된 납세자의 재정집행에 대한 소송제도에 대해 우리나라도 고민할 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이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내 세금이 얼마나 어떻게 바람직하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할 권한이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이러한 '납세자 소송'에 대하여 2001년 발의된 바가 있고 또한 2016년에 법안이 나와 있기도 하나 20대에서도 곧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 소송의 입법 제안을 한 정당이 거대 여당이 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기대할 수 있을까? 납세자가 세금을 내야 할 의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자신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 것을 소송의 형태로 감시할 수 있는 제도 즉, '납세자 소송' 제도의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2. 납세자 소송(Taxpayers' Suit)의 의의

    납세자 소송이라 함은 납세자가 동일피과세구역(同一被課稅區域)에 거주하는 납세자집단의 대표로서 당해 집단의 전체구성원에 공통된 이유에 기초하여 납세자의 공동이익을 침해하는 공공단체 또는 그 소속 공무원의 위법 내지 권한유월행위에 대하여 구제를 구하는 목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이다(Emmanuel S. Tipon, Taxpayers' Action). 대표적으로 납세자 소송을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납세자 소송은 19세기 후반 주주파생소송유사설, 세부담증가설, 공공신탁법리설 등을 논거로 하여 납세자의 직접적인 정치참여수단으로 인정되었으며 그 시기는 주민발안, 주민투표 및 주민소환 제도와 거의 유사한 시기였다. 일본의 주민소송제도는 미국의 납세자 소송을 모델로 하여 일부 유사하게 1948년 도입되었다. 이러한 납세자 소송제도는 '조세'의 틀 안에서의 납세자를 단순히 의무의 이행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조세'의 중심으로서 재정집행의 감시자 역할을 부여하여 납세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3. 납세자 소송과 관련한 국회의 논의
    가. 현황

    납세자소송법안은 2001년 3월 2일 이주영 의원 등 25인이 발의한 바가 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으며 이후 이상민 의원의 대표발의로 '납세자소송에 관한 특별법안'이라는 명칭의 법안이 2004년 11월 17일, 2008년 11월 20일, 2012년 12월 4일 등 매 국회마다 발의가 되었지만 결국 임기만료폐기가 되어 현재까지 입법되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인 2016년 8월 5일에도 이상민 의원 등 10인이 발의한 상태이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나. 과거의 논의
    현재까지 납세자 소송의 입법에 있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입법과 관련하여 논의에 발전이 전혀 없는 상황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초의 발의법안을 보면 국민에게 소를 제기함에 있어 일정한 권리를 주고 보상도 받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며 국가에게도 가능한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납세자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제어장치를 구비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2004년 및 2008년의 발의안은 모두 유사한 형태였으나 2009년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이미 있으며(국회의 국정감사, 지방자치법상 주민감사청구제도, 감사원법에 의한 변상판정제도, 회계관계직원등의책임에 관한 법률에 의한 변상책임제도 등), 남소를 유발하여 공공기관의 소송부담 및 비용이 증가하여 행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공무원의 보신주의를 확산시켜 오히려 전 국민에게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보상금을 노린 직업적 납세자소송 전문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한 바가 있다. 또한 원고 적격의 측면에서 볼 때 납세자만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원고 적격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명칭이 적절하지 않으며 개인의 이익추구와 관련이 없는 자도 소를 제기할 수 있기에 사법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피고 적격에 있어서도 집행기관 또는 직원에게 피고적격을 인정하고 있기에 개인으로 소송에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공금의 부과·징수를 태만히 하는 행위'라는 표현이 표현이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 우리 행정소송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의무이행소송이나 금지청구소송도 규정하고 있다는 점, 인지대를 저렴하게 규정하고 있기에 남소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점, 보상금 지급 주체 및 지급방법, 보상금의 지급률을 고정시켜 소송의 난이도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문제로 제기하였다. 이와 같은 비판은 일부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의 지적이었다고 본다.


    다. 2012년 법안 발의 및 그 이후의 상황
    이후 위와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2012년 발의에 있어서는 일정한 자에게는 납세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개정하고(예를 들어 조세포탈을 한 자 등),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소송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주민만이 납세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납세자 소송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 강제선임주의를 채택하고 남소를 방지하기 위해 직무집행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다거나 공무원 등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음이 명백한 경우 등은 심리하지 않고 판결로 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새로운 수정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민에게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 국가안보나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정보까지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고 사법자원이 행정상 정책판단에 과도하게 사용되어 구체적 권리를 침해받은 국민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으며 공금의 부과·징수 행위에는 과세처분, 과징금부과처분, 과태료부과처분 등이 포함되는데 이에 대해 국민 일반이 소를 제기할 수 있다거나 일반 민사법 영역과 같은 내용에 대해 대상적격을 인정해 줄 수도 있다는 점,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상 변상책임이나 지방자치법상 주민소송과의 관계 등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내놓았다.


    4. 납세자 소송제도에 대한 조속한 입법 제언

    2012년 법제사법위원회의 비판은 앞선 비판에 비해 조금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정보에 대한 부분과 다른 법령상 제도와의 관계는 부칙 규정이라든가 타 법령과의 조화로운 입법 또는 해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며 행정상 정책판단 중 위법부당한 지출에 대해 사법상 판단을 받는 것이 본 법령의 목적 그 자체인데 이를 사유로 입법을 막아야 한다는 점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우며 과세처분이나 과징금부과처분 등에 대해서 일반 국민이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 정도는 사법부의 해석차원에서라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 쉽사리 발생하기도 어려운 쟁점이라고 본다.

     

    나아가 만일 포상금을 위한 남용이 걱정된다면 포상금의 범위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며 일부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할 수도 있다. 또한 당해 공무원의 정책판단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징계라든가 형사처벌로 나아갈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세금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중의를 모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납세자 소송에는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초반의 입법 시점에는 특별한 비위행위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따로 징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정책판단에 대한 문제를 공무원에 대한 징계나 형벌로만 다스리고자 한다면 당연히 행정부의 기능은 비효율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납세자 소송 관련 법령이 완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고 법령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를 잘 정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2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을 입법조차 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일단 첫 출발은 보수적으로 안전장치를 빠짐없이 장착한 상태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그 이후에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민소송제도에서도 남소의 가능성 등에 대한 유사한 우려가 있었으나 오히려 공무원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워크숍 등으로 준비를 계속해 온 반면 반대로 주민들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나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는 사실(김지선, 주민소송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참고할 만하다. 이 글을 빌어 납세자 소송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제도로 안착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권형기 변호사(법무법인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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