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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on time, in time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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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다보면 재판이 지체되어 당사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차제 소환으로 각 사건당 시간이 배정되어 있지만 때로는 특정 사건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지난주 재판에서도 오전 재판의 후반부 들어서며 진행이 지체되어 오전 마지막 사건을 12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 마음도 편치 않다.

     

    나는 평소 생활 중에는 말 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같이 있을 때 내 이야기를 많이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판할 때는 말이 많아지고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거기다 소송 단계에까지 이른 당사자들 사이의 분쟁이 몇 마디 말로 정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니, 당사자들도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씀들이 몹시 많은 편이다. 매 기일 모든 사건들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적정한 시간 간격으로 시차제 소환을 하면 별 탈 없이 진행되곤 한다. 하지만 말 많은 재판장(나)과 할 말이 너무도 많은 특정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사건에는 지나고 보면 난감할 정도로 한 사건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내가 하는 재판 모습에 대하여 전문가의 법정컨설팅을 받았는데(법원에서는 일정 경력에 도달한 판사들을 대상으로 재판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여 법정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법정모니터링 후 담당 교수께서 "법정에서 당사자와 많이 소통하려는 모습은 좋으나, 말이 좀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경향도 있어서 이런 부분을 고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재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구술변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재판 지체를 방지하기 위해 우선은 나의 말을 가능한 조금씩 줄이고 이미 한 말을 반복하거나 장황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학창시절 영어시간 헷갈려 했던 on time이든 in time이든, 그 표현과 같이 재판에서도 시간을 잘 지켜 시작하고 마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영철 부장판사 (대구지법 포항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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