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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주의 구현하는 행정규칙 적법성과 투명성 확보

    김형연 법제처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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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 급증 및 마스크 매점매석 등으로 인해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했고 마스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당시 정부는 마스크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스크 생산업자의 공적판매 출고비율을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마스크 생산을 지원하는 '긴급수급조치'를 발령했다. 또한 마스크의 가격 안정 및 고른 배분을 위해 공적마스크 5부제도 도입했다. 긴급수급조정조치 시행 후 세 달이 지난 지금, 정부의 노력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마스크 수급은 안정되었다.

     

    긴급수급조치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령한 고시로, 고시는 훈령·예규 등과 함께 행정규칙에 해당한다. 현재 1만7000여 건에 달하는 행정규칙은 법령에서 위임한 사항 또는 법령 집행에 필요한 사항이나 행정 내부의 업무처리기준을 정하는 등 국가 법체계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에만 적용될 뿐이나 법령에서 세세히 규정하기 어려운 사항을 행정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경우에는 상위 법령과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도 그 행정규칙을 지켜야 한다. '행정규제기본법'에서도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령의 위임을 받아 행정규칙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주는 규제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규칙은 법령 체계상 가장 밑단에 자리하고 있으나 국민의 실생활과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40%로 한정하거나(은행업감독규정 등), 황소개구리·큰입배스 등 생태계에 위해를 주는 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정하거나(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고시원의 공용시설이나 창문·복도 너비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등 행정규칙은 국민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세밀하게 규율하고 있다.

     

    법제처는 이처럼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정규칙이 규제를 포함할 경우에는 사전에 심사·검토하여 위법하거나 법적 근거가 없는 규제가 행정규칙에 포함되지 않도록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2015년부터 규제를 포함한 행정규칙안 총 945건을 검토하고 이 중 법적 문제가 있는 사항 188건을 발굴함으로써 위법한 행정규칙의 발령을 사전에 차단하였다.

     

    아울러 이미 발령된 행정규칙에 대한 적법성·타당성 검토도 상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징금·과태료·수수료 등 국민에게 금전적 부담을 주거나 인허가 요건, 결격사유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밀접한 사항을 법령이 아닌 행정규칙에서 직접 정한 경우, 상위 법령에서 요구하지 않는 서류를 행정규칙에서 추가로 제출하도록 하는 등 법리상 문제가 있을 때에는 소관 부처에 검토 의견을 통보하여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법제처 검토 의견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소관 부처에서 총 687건의 위법·부당한 행정규칙을 정비하기로 했고 현재까지 535건의 정비가 완료됐다. 

     

    한편 행정규칙의 투명성 강화에 대한 요구도 증대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행정기관이 비공개하는 행정규칙에 대해 검토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법제처는 최근 비공개 행정규칙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법제업무 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으로도 행정규칙의 적법성 및 투명성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발굴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중국 고서 '관윤자(關尹子)'에 '물경소사(勿輕小事) 소극침주(小隙沈舟)', 즉 '작은 틈새가 큰 배를 가라앉히니 작은 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문구가 있다. 행정규칙은 법체계상 가장 낮은 단계에 있으나 행정규칙의 위법성·부당성을 소홀함이 없이 꼼꼼히 검토하고 관리한다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형연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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