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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신뢰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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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계약도 복잡해진다. 예상가능한 내용들이 최대한 계약서에 담겨지도록 하기 위하여 계약서는 점점 두꺼워지고 계약내용은 복잡해지게 된다. 기업 간 거래관계에 있어 변호사들은 계약을 완벽하게 구성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막상 변호사와 고객 간의 계약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고 단순하다. 변호사와 고객 간의 관계는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는 관념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를 뜻하는 영어 'Trust'는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곧 신뢰한다는 것은 편안함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엄마를 신뢰하듯이 살아가는 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나 환경을 신뢰하면서 살아 간다. 가족 간에 신뢰가 없다면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뢰가 없다면 우리는 원시사회로 돌아가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여야 한다. 지하철이 나를 제 시간에 데려다 줄지 걱정해야 하고, 택시기사가 운전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 보아야 한다.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걱정과 근심에 하루를 보내야 한다. 신뢰는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신뢰를 주어야 상대방이 그 신뢰를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상대방이 나를 신뢰할 수 있는 것이지, 나는 가만히 있는데도 상대방이 먼저 신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이의 신뢰만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신뢰,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 국가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이다. 신뢰하게끔 해야 신뢰하는 것이지 신뢰를 주지도 않는데 신뢰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과연 신뢰를 주는 사회인가? 촌철살인의 언사를 가장한 막말 내지 비하적인 저속한 발언, 자기 모순과 부정을 합리화 내지 정당화하려는 궤변, 비상식적 비논리적 언행을 무조건 추종하고 받아들이는 몰이성적 태도, 내 편은 무조건적인 Yes, 네 편은 무조건적인 No가 되는 이분법적 편가르기, 코로나 사태에 편승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정치적 입지와 이해득실에 따른 행동,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시간의 흐름 뒤에 숨어있는 모습, 이 모든 것들이 사람과 사회,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깍아버리고 무너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스쿨라피우스에게 수탉 한 마리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을 잊지 말고 갚아 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왜 마지막 순간에 지급하지 못한 닭 값을 떠올렸을까?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존속할 사회 내지 공동체에 대한 이스쿨라피우스의 신뢰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2차 대유행의 경고가 결코 경고로 그칠 것 같지 않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옮기지 않을 것을 너는 어떻게 신뢰하느냐?"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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