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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호회

    [우리동호회] 서울변회 ‘달변’

    함께 땀을 흘린 사람은 가까울 수밖에 없다

    오규백 변호사(법무법인 루츠)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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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달변' 회원들. 오른쪽 두번째가 필자인 오규백(45·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

     

    이른 아침 잠을 깬다. 오늘만큼은 안 뛰어도 되는 이유가 101가지 떠오른다.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당연한 욕구인 것을, 이에 대한 항변사유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찬물에 세수 두 번, 트레이닝복과 런닝화를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시원한 바람이 감각을 깨운다. 이렇게 매일 나의 벗 ‘달리기’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나에게 달리기는 인생의 벗


    블루투스 이어폰에서는 영화 록키의 Going The Distance가 흘러나온다. 초반에는 가볍게 몸을 풀며 달린다. 무념무상의 상태를 바라지만 어디 인간의 머리가 그리 단순한가. 어제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이 머리 속을 휘감는다. 모자를 벗어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단전에 힘을 모아 짧고 굵게 기합도 내뱉어본다. 이제 목표 지점을 향해 달리는 나의 앞 뒤꿈치, 무릎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잡념이 떠나가고 속도가 붙는다. 결승점에 다다랐을 때 -물론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 정상까지 뛰어오른 뒤 포효하던 록키처럼, 나도 두 팔을 치켜들고 속으로 환호한다.

    내가 아침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인생의 한 발짝을 내딛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울감 때문일 수도 번아웃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지쳐있었다. 달리기는 나보다 남의 시선 속에 스스로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나를 구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에게 가하는 질책에 지친 나를 위로하고 칭찬하는 수단이었다. “그래 잘했어. 오늘 아침도 온전히 네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썼구나. 오늘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어때. 이미 만족감과 행복감으로 충만한걸.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목표를 이뤄냈잖아. 남의 시선, 평가에 목매지 마. 넌 누가 뭐래도 괜찮은 놈이야.”


    목표지점 향해 달리다 보면

    잡념이 떠나고 속도가 붙고


    2001년 창립되어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달리는 변호사회’(달변)는 나에게 달리기란 인생의 벗을 소개해 준 고마운 곳이다. 달변은 매월 셋째 토요일 양재천과 한강변을 달린다. 연세 많으신 선배 변호사님들이 우람한 장단지를 뽐내며 나보다 빨리, 멀리 달리시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것이 자극이 되어 조금씩 달리기를 연습하게 되었고 그렇게 뛰다 보니 풀코스를 3번 완주하게 되었다. 달변은 3월 서울국제마라톤, 10월 춘천마라톤에 참가하여 풀코스에 도전한다. 기록이 어찌되었건 완주한 이후의 희열은 금메달리스트의 그것에 뒤질 바 아니다.

    격려·응원 속 情도 쌓이고


    달리기의 유용성은 달변의 여러 장점의 일부분일 뿐이다. 더 자랑하고 싶은 것은 자유롭고 따뜻한 분위기이다. 달변은 달릴 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을 하지만 그가 얼마나 잘 뛰는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뛰면 그만이다. 달리기는 즐거워야 한다는 취지를 잊지 않는다.

    처음 마라톤 완주했을 때를 잊지 못한다. 붉게 물든 춘천 삼악산 단풍과 의암호의 절경, 하프 구간에서 주최측이 제공한 ‘인생’ 초코파이, 30㎞ 이후 다리가 너무 아파 이제 그만 뛰려다가도 ‘고통이 쓸수록 열매는 달다’는 내가 몹시 싫어하는 말을 곱씹으며 달렸던 기억, 나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달하신 변호사님들이 끝까지 기다려주시며 완주한 나를 격려해 주셨던 따뜻함을 잊을 수가 없다.

    함께 땀을 흘린 사람들은 가까울 수밖에 없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신 선배 변호사님들과 달리기로 다져진 체력 속에 넘치는 패기를 뿜어대는 청년 변호사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곳 달변에서, 함께 달려보면 어떨까요?


    오규백 변호사(법무법인 루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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