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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연주 판사 (서울북부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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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을 선고했는데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받은 당사자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손을 든다. "판사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요." 심심치 않게 맞닥뜨리는 상황이지만 그 때마다 늘 망설인다. 이미 선고하였으니 무용한 일임을 설명하고 그냥 돌아갈 것을 권유할까. 아니면 일단 얘기를 듣고 무용한 일임을 설명할까.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진행하여야 할 사건의 당사자들도 눈에 들어온다. 늘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선택을 했더라도 결과가 늘 같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또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재판을 진행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그 결과가 꼭 그 때 내가 했던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선택 후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문득 법정에서의 재판을 떠올릴 때가 있다. 검사수치를 보여주며 그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앞으로의 치료 방향에 대하여 나름 상세하게 고지받았지만 내심 미덥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그와 같은 고지 내용은 결국 그 상황에서는 정확하였던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그렇게까지 자세한 고지가 없었음에도 진료내용과 결과에 신뢰가 가는 경우가 있다. 그와 같은 차이는 대부분 의사가 보여준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의 태도에서 의사가 나의 증상을 하나의 진료 건으로서만 피상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느낌을 받을 때 그가 내게 전달하는 정보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 다수의 사건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진행되어야 하는 재판의 현실상 사건의 진행에만 집중하다 보면 법정에서 취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의식하지 못하게 되곤 한다.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재판에서 실체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결론을 내리는 것만큼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의 언행과 태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늘 잊지 않고 재판에 임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노연주 판사 (서울북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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