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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률만능주의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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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대 총선으로 거대여당이 출범한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의 몇 가지 현상들에 대해서도 정부는 법률을 제정하여 해결하겠다고 한다. 

     

    예컨대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시세 폭등의 한 대처방법으로 부동산시장 전담 감독기구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미 부동산의 거래내역은 국토교통부가, 거래에 관련된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융감독원이 개개 건별로 내용을 파악하고 집계하고 감독하고 있는데도 감독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3년 전에 정부는 주택소유자들에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세금혜택과 건강보험료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해 놓고는, 부동산 가격상승현상이 나타나자 지금까지 수차례 그 혜택을 축소하고 빼앗아가는 입법을 했다.

     

    정계 쪽을 보면, 정부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을 막기 위한 '5·18 왜곡처벌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원래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는, 타당하고 듣기 좋은 표현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끔찍하게 듣기 싫은 발언을 허용하는 제도이며, 그 사회가 합의한 기준을 넘어선 음란표현이나 차별표현을 제외하고는 발언의 내용을 일체 처벌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망언처벌법의 위헌성에 대한 검토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추진부터 먼저 내세운다. 노동계 쪽을 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제하는 입법을 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왜 고착화되어 가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지 않은 채로, 정규직의 철밥통 성격을 그대로 둔 채로 이런 입법을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줄여버린다. 

     

    현 상황을 보면, 어떤 사항이든지 법률로 정하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 즉 법률만능주의가 정부 내에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어떤 사회문제가 나타나면, 그 원인과 배경을 밝혀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여러 입법추진은 표면적인 '현상'을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률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업무처리과정이 복잡해지는 등 그 규제를 위한 서비스비용이 비대해져서 비효율 문제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원래 인간사회의 일은 법률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리에 맡겨야 하는 영역도 있고, 각 직능단체의 자율규제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다. 

     

    국가가 뭐든지 법률로써 국민의 생활을 규제하고, 또한 수시로 최근 제정된 법률을 뒤집는 새 법률을 입법하고, 형사영역만 아니면 소급입법도 괜찮다면서 부진정 소급입법을 하면, 국가의 신뢰도는 하락한다.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하면, 시민들은 그 사회에서 노력하여 성취하고 재산을 일굴 이유를 찾지 못하며, 사회의 결집력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법률이 한 사회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잊지 말되, 그 과잉 및 만능주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법률을 제정하기만 한다고 해서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다 신중하고, 스스로의 작동범위와 한계를 인식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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