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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차별금지법, 냉정과 열정 사이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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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다. 21대 국회 회기 시작으로부터 두 달도 안 되어 발의된 이 법안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향한 진보의 염원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은 그동안 논의된 차별금지법안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금지되는 차별의 사유로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 총 23개를 적시하고 있다. 이는 외국의 법이나 국제협약에 적시된 모든 차별사유를 거의 망라한 것이다. 차별금지의 영역은 고용, 재화·용역·시설 등의 공급·이용, 교육, 행정서비스를 두루 포함하고, 각 영역별로 금지되는 구체적인 차별행위에 관하여는 다시 31개에 이르는 상세한 조항을 두고 있다. 차별행위에 대한 구제책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민사적 손해배상청구권과 악의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 차별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증명책임 전환, 고용차별과 관련된 정보공개청구권, 차별행위 진정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와 위반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있어야 한다. 헌법상 평등권이나 개별적 차별금지법만으로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행해지는 수많은 차별을 시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미 대부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법은 열정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별행위를 어디까지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어떤 법안이라야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지는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차별금지 사유 중 자기 책임으로 돌릴 수 없거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성별, 인종,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 용모, 출신지역, 종교 등은 반드시 차별금지 사유로 삼아야 하지만, 국적, 학력, 전과 등은 더 논의해 볼 여지가 있다. 차별의 영역을 보면, 공공, 고용, 의료, 교육, 신용, 필수적 서비스 영역에서의 차별은 우선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나, 그 밖의 사적 영역에서는 재화·용역 공급업체나 시설물의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거나 차별행위의 유형을 한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증명책임이 바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도 좀 과하다. 일정 사항은 피해자가 일차적으로 증명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차별 사유나 행위태양에 관하여 '등'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핵심사항을 제외한 나머지를 시행령에 위임하여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이 통과되는 것이다. 법이 제정되고 나면 그걸 출발점으로 조금씩 차별금지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 비판을 경청하고 타협하여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열정보다 냉정이 필요하다.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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