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갔을 때 뉴욕 주에 있는 정신보건법원(Brooklyn Mental Health Court)을 방문하여 담당 판사(Matthew J. D′Emic)와 정신보건국장(Clinical Director)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해당 법원은 정신병증이 있지만 유죄를 인정할 의사가 있는 중범죄자에 대하여 수감 대신 치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보석조건을 통하여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위 미국 법원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생각된다.
법원에 몰려드는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려다 보면 관성적으로 예전 방식대로 업무를 처리하기 쉽고, 해당 사건에 맞는 특유의 절차를 발굴하여 적용하기는 솔직히 쉽지 않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이 보다 나은 재판을 위해서 항상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판사들도 드물지 않게 있다.
필자가 처음 법관이 되었을 때와 달리 지금 법원에는 사건처리 통계를 돌리는 법원장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에도 법관이 통계나 평정에 매몰되어 재판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통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예전의 우리 재판은 신속성, 효율성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적정성과 절차적 만족감을 높이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느낀다. 종래 전자를 강조하다 보니 사법행정권의 재판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온 측면도 있었다. 다만 법원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나 변호사 등으로부터 사건처리 지연, 충실하지 못한 판결문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워라밸 판사, 웰빙 판사 등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관들이 스스로 법관으로서 막중한 책임의 무게를 느끼고 좋은 재판, 올바른 재판을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5년 이상 경력법관 임용예정자 155명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아마도 법조인이 되려고 생각한 순간부터 법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분들도 많을 것이다. 주제 넘는 생각이지만, 이분들의 인생목표가 법관이 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좋은 재판, 올바른 재판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형표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