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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 개정안 위헌 소지 없애야

    노희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제민·전 헌법연구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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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골자는 △감사위원 선출시 3% 의결권 제한 규정 신설과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이다. 

     

    3% 의결권 제한은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위원 선임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여 3%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고 주식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여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첫째, 3% 의결권 제한의 입법목적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여 경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입법목적에 기여하기보다는 외국의 투기자본이나 경쟁업체, 혹은 정부 투자기관의 입김만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자회사의 시가총액은 300조 원이 넘는다. 3%를 보유하려면 무려 9조 원이 필요하다. 해당 회사의 주주 숫자는 작년 말 기준 60만 명을 웃돈다고 한다.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100만 원 안팎의 소액 주주 60만 명이 모두 단일한 감사위원에 투표하여도 6000억 원, 즉 0.2%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3%가까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막대한 자본과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해외 해지펀드 아니면 국민연금 뿐이다.

     

    최대주주는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모두 3%로 의결권이 묶여버리지만 해외의 헤지펀드는 여러 개로 쪼개서 이를 회피할 수 있다. 이미 SK-소버린 사례에서 14.99%의 지분을 5개로 쪼개어 공격한 사례도 있다. 헤지펀드가 선임한 감사위원이자 이사는 단기차익 확보와 기업의 기밀을 빼내는 데에만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법률이 경영의 투명성이나 소수주주가 아닌 헤지펀드의 이익만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둘째, 감사위원은 감사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상의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이사이다.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결권은 1주 1의결권으로 공평해야 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이다(상법 제369조 제1항). 그런데 예를 들어 100분의50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도 100분의3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라는 공익을 감안하더라도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 

     

    정부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있는 조항을 끌어 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인의 예금으로 구성되어 촘촘한 규제가 필요한 금융기관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주주들의 자본으로 구성된 일반 주식회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은행법은 원칙적으로 동일인이 10%를 초과하는 주식 소유도 못하게 하고 있다. 반면에 지주회사 및 특수관계인의 평균 지분율은 50%에 달하는데도 금융기관 대주주처럼 3%로 제한하는 것은 매우 지나치다.

     

    셋째, 대주주의 이사회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는 이미 현행법상으로도 마련되어 있다. 위법행위유지청구·주주대표소송·주주제안·회계장부열람·외부회계감사강화 등이다. 근래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대 등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개정안과 같이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하면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위와 같이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제 보장과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가치와 이념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 

     

    한편 다중대표소송은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의하면 상장사 지분 0.01%만 보유해도 대표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자회사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 방지 등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제고하려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중대표소송은 실제로는 단기차익만을 노리는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침탈 및 무분별한 남소로 인하여 기업경영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경영진이 소송당할 가능성을 염려하여 과감한 투자나 혁신에 나서기보다 위험을 회피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경영에 임할 여지가 높다.

     

    더구나 외국과 같이 경영판단의 원칙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 법현실에서 '임무를 게을리 한 행위'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무분별한 소송의 남발로 경영이 위축되고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제소 자격과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도록 면밀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경제 실현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법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입법내용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면 안 된다. 법개정이 정부의 의도와 달리 '기업하기 나쁜 나라', '투자하기 나쁜 나라'가 되면 안되지 않겠나. 한번 만들어진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기란 쉽지 않다. 사후에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이미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 및 사회적 비용은 돌이킬 수 없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면밀한 검토를 통해 위헌 소지를 없애길 바란다.

     

     

    노희범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제민·전 헌법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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