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서초포럼

    명실상부한 명칭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65604.jpg

    요즈음 논란의 대상인 정부 부처가 한둘이 아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대표적이지만, 장관 사퇴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폐지 요구에 시달리는 기관은 여성가족부다. '성인지 학습기회'라는 단어를 엉뚱한 곳에 끌어들여 장관이 곤욕을 치렀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부터 "남성가족부를 신설하라"는 주장까지 부처 자체의 존폐가 시빗거리다. "여성청소년가족부나 양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라"는 국민청원도 있었다. 미투운동과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낙태죄 개정안 이후에 모호한 입장 때문에 더욱 욕을 먹는다. 성평등 실현정책과 성범죄 피해자와 청소년 지원, 가족 업무 등 정책영역이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여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부처로 인식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국가 책임으로 규정한 여성 폭력 방지 기본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남성 역차별 논란이 일었고, 이 법의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알고 보면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가족청소년여성부다. 예산상으로는 여성정책 분야가 꼴찌다. 가족과 청소년 예산이 주류다. 2021년 여성가족부 정책분야 별 예산안에 따르면 가족, 청소년, 권익증진, 여성 등 4개 사업 가운데 여성 관련 예산이 가장 적다. 여성정책의 주무 부처지만 경력단절 등 고용 문제는 고용노동부, 성범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은 경찰청과 법무부에서 다루는 등 타 부처와 업무 중복이 많고 여성의 권익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부처가 되려면 '가족'여성부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 2000년대 이후 부처 명칭이 4번 바뀌며 부침을 겪었지만, 지금의 여성가족부가 된 이유는 모든 정책영역에서 양성 평등적인 관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요구를 담기 위한 것이었다. 성 주류화 정책실현을 담당할 부처로서 각 부처로 분산돼 있던 여성 관련 업무를 총괄할 부처가 된 것이다.

     

    명칭 변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가 또 있다. 성 주류화 정책은 가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성차별주의와 성문화가 여성 억압과 종속의 근원이다. 그래서 가족 안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고 바로 세우는 것이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여성을 뒷전으로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가족 내에서 여성의 전통적인 성역할 이데올로기가 타파되고 남녀평등으로 이어져야만 사회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서적 공동체로서 가족 공동체가 건강해야 사회공동체도 복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1인 가구도 있고 한부모가정도 있지만, 여성이건, 아이건, 청소년이건, 노인이건 다 가족과 가정을 이루는 구성원이다. 가족 안에서 구성원 간의 위계성과 불평등이 사라지고 평등과 민주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직업보장, 경제적 안정, 아이 양육과 돌봄, 노인 돌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두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부와 가족부를 합친 것이지만 여성이 마치 가족을 돌봐야 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명칭이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에 한정된 것처럼 들린다. 가족에 관한 기존 관행과 기득권 해체가 여성정책의 기본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족'여성부로 명칭을 바꾸어 부처로 흩어진 기능을 통합하고 확대 개편해야 한다. 조금 길지만 독일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도 참고할 만한 명칭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마세라티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