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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분노의 자유와 그 대가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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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고객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조용한 식당을 뚫고 나왔다. 그 식당에선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대표 메뉴가 있는데, 고객은 미처 예약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고객은 그 음식을 먹으러 왔으니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먹고 싶은 메뉴를 먹을 수 없으면 그냥 다른 식당에 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고객은 자리를 지키며 어떻게 해서든 그 메뉴를 반드시 달라고 하였다. 다소 소란스러웠던 식당은 주방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와 고객에게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기대하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아쉬움과 실망, 때로는 분노를 느낀다.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이미 알았을 때는 주로 아쉬움만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을 때는 실망을, 가능성에서 더 나아가 깊은 신뢰를 가졌을 때는 분노를 느낀다. 때로는 기대가 법적으로 보호받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대가 훼손된다면 손해배상이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기도 하다.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예약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기대는 희박한 가능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사람을 두고 우리는 적반하장이라며 나무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적어도 고객이 위법하게 식당 영업을 방해하였다거나, 다른 손님들에게 큰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는데,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은 자유를 갖는다는 저명한 영국의 사회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격언을 생각해본다면 클레임을 제기한 고객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누렸을 뿐이니 이를 잘못이라 탓할 수 없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아쉬움으로 족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분노한다면 때때로 예상치 못한 보상을 얻게 될 수도 있으니 더욱 고려해볼 일이다. 예컨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기 어려운 주방장을 본다거나,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사과를 받으며 마치 정말 잘못한 사람처럼 몰아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 기적을 이룰 수도 있다. 혹시나 주변에 자녀가 있다면 주변 시선과 상식에 굴하지 않는 용기를 배울 수도 있고, 주위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은 그동안 저런 용기를 발휘한 적은 없었던 것이 맞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수양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그 고객은 자유와 그에 따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장제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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