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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법무부 장관은 헌법적 가치 수호에 앞장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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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무부를 영문으로 표현하면 Ministry of Justice, 즉, 정의를 실현하는 부처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의 실현에 앞장서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판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 사례를 거론하며 휴대전화의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한국형사소송법학회를 비롯한 많은 법조계 인사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헌법상 자기부죄금지(自己負罪禁止)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다. 장관 지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디지털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가 날로 중요해지고, 인터넷 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였으나, 특정 사건을 겨냥하여 휴대전화의 비밀 번호 제출을 강제하는 법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두고 법무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헌법적 가치를 가장 앞장 서서 수호해야 할 법무부의 수장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거론하며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인 피의자의 진술거부권과 방어권을 위축시키는 법안 제정을 공개적으로 명한 것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피의자의 인권 침해 시도로 비춰질 수 있는 법안 검토는 비단 국내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신인도와 외국인 투자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 되는 최상위 법이자 국가가 지향하고 수호해야 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에는 형사법적으로 자백을 강요당하지 않고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여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할 권리, 집회,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누려야 할 많은 기본적인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부동산 가격 안정화, 코로나의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가 심도 깊은 논의나 헌법 위반 가능성에 관한 검토 없이 쉽게 제한되거나 제한을 강요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가 침해될 수 있는 상황에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가지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하는 부처가 법무부이다. 여기서 법치주의라 함은 법률의 형식만 취하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법률만능주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과의 갈등, 장관의 특정 사안에서의 수사지휘권의 발동, 그리고 휴대폰 비밀번호 강제법안 검토 지시까지 법무부 장관의 헌법적 가치 수호에 관한 숙고가 없는 행보에 대하여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지향하고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나침반과 같다. 모든 정치인들과 정부 부처가 헌법적 가치 수호자로서 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법무부야말로 최전선에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 법무부 장관은 법조계의 강도 높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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