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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신중한 입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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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을 벤치마킹한 것으로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4월 처음 대표발의하였고, 2020년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다시 그 입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8년과 2019년의 산업현장 사고재해를 보면, 사고재해자 수는 2018년 9만832명에서 2019년 9만4047명으로 늘어나(재해율은 0.48%에서 0.5%로 증가) 여전히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사업주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올해 1월 시행되었음에도 여전히 대형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내용을 보면, 사업주나 법인의 대표이사 등에게 법인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하여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사망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법인에 대하여도 1억원 이상 2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또한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배상책임과 입증책임 전환, 재해발생 시 관계공무원의 처벌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법안의 내용은 안전의무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과실범에 대하여 고의범 이상의 엄한 처벌을 가하고 있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파괴하며,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는 과잉입법으로 헌법위반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은 기업이 아닌 기업 소속의 임직원 개인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고 있음에도 법안은 기업보다는 대표이사 등 개인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 입법적으로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기업이나 대표이사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산업안전을 사업주 일방의 의무로 설정하여 위반 시 엄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으로는 산업재해를 막기는 어렵다. 산업안전에 있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주체가 되어야 하며, 안전의무의 수범자가 되어야 한다. 근로자도 안전의무 위반 시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어야 산업현장의 안전의식이 확립될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 산업안전보건청과 같은 보다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발족시켜 많은 산업재해들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에 맞는 예방대책을 수립, 실행해 나가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도 있다. 산업안전사고는 전문성 있는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점검과 지도, 사업주의 안전확보 노력, 근로자의 안전의식 확립 등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갖추어져야 비로소 예방이 가능하며, 사고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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