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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이야기] <5>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포용적 성장

    민창욱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지평)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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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대기업·중소기업)와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분절되어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조합의 조직률 상승, 노사공동결정 제도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능하기 어려워 보여
    포용적 성장을 위해 경제와 법률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야


    MPA 학생들은 마지막 학기에 졸업 논문(capstone) 작성 수업을 듣는다. 그동안 배운 정책 분석 방법론을 활용하여 현실의 문제 하나를 해결해야 한다. 10명의 학생들이 한 반을 이루어 매주 논문 작성 상황을 공유하고, 동기들과 지도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나의 주제는 ‘한국 노동시장의 불평등: 이중구조와 노동소득 격차’였다. 지도 교수로는 옥스포드와 프린스턴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말든(J. Mauldon)을 택했는데, 이유는 영미권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교수님께 나의 생각에 대한 유력한 반론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반론을 극복하고 좀 더 탄탄한 견해를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 기업 규모 및 고용 형태에 따른 노동소득 격차

    첫 5~6주 정도는 한국 노동시장의 현황을 공부하고 설명하는 데 할애하였다. 국내외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대기업·중소기업)와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에 따라 분절되어 있다. 1차 노동시장에 속한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호법제, 조직화된 노동조합, 연공급제, 사내 복리후생혜택 등으로 인해 고용안정과 꾸준한 임금 상승을 누리고 있다. 반면, 2차 노동시장에 속한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의 상향 이동성(upward mobility)은 매우 낮다. 그래서 처음 2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노동자와 1차 노동시장의 노동자 간 소득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아래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비정규직·정규직보다 중소기업·대기업 간 임금 격차가 조금 더 심하다.


    <기업 규모 및 고용 형태에 따른 ‘시간당 임금’의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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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2019. 6.)


    이처럼 문제는 1·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 간 노동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버다크(E. Bardach) 교수가 정립한 ‘8단계 정책분석 방법론’에 의하면,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복수의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고, 개별 대안들이 초래할 결과를 예측한 후, 그 대안들이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얼마나 효과적(effective)이고 효율적(efficient)이며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지(politically feasible) 등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책 분석 결과 특정한 대안이 ‘현상 유지’(status quo)보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국가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실에 문제가 있더라도 ‘현상 유지’보다 나은 정책 대안을 찾지 못하였다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정책 대안 1.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내가 생각했던 첫 번째 대안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국의 공공기관들에 시행된 정책으로, 고용 형태를 원칙적으로 정규직으로 일원화하면 ‘좋은 일자리’를 늘려 기존 비정규직의 노동소득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하여 교수님은 “원칙적으로 정년까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한국의 정규직 제도가 조금 낯선데,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이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려는 청년들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이어 “학생의 대안이 실현되면 기업들은 일자리의 수를 더 줄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상향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용 경직성을 조금 풀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의 개별 정규직 대한 고용보호법제(해고의 엄격성) 지수는 2.37로 OECD 평균인 2.26보다 높다. 미국은 1.30, 영국은 1.78, 일본은 2.10, 독일은 2.22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 격차가 클수록 노동시장이 분절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에 OECD는 한국의 고용 형태로 인한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유인(incentive)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좀 더 유연화하되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2016년 한국경제보고서). 직장(job)보다는 사람(individual)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공공기관 사례에서 보듯이,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요건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노동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고용보호법제를 유지하면서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면 ‘전환된 정규직’과 ‘잔여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에 공감한다. 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으며,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생명·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기업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의 고용보호법제를 유지’하면서 정규직을 확대하는 정책이 과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일지는 다소 의문이다.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방안 중의 하나는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을 조금 낮추는 것인데, 우리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해고 유연성을 높이는 입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대안을 최종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정책 대안 2.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직률 상승

    두 번째로 생각한 대안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종업원 30명 미만 기업이 0.1%, 30~99명 기업이 2.2%, 100~300명 기업이 10.8%, 300명 이상 기업이 50.6%였다(전체 평균 11.3%). 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2.7%였지만 비정규직은 1.9%였다. 2차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이면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좀 더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하여 임금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2차 노동시장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높아지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 몫의 노동소득이 올라가나요?”라고 물었다. 한국은행의 “2018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82.45%로 대기업의 54.33%보다 훨씬 높았다. 노동소득분배율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 노동자들에게 분배된 몫의 비중을 의미한다. 이 지표의 해석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중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이 80%가 넘는다는 것은 중소기업의 경제적 성과가 노동자 측에 상대적으로 많이 분배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낮은 이유는 사내에서 노사 간 분배가 불공평해서라기 보다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 자체가 낮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노동3권은 헌법상 기본권이자 인권으로서 모든 노동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다만, 현재의 ‘기업별 노조 체제’ 하에서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기가 쉽지 않고,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더라도 이들에게 분배될 몫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기업별 노조 체제’가 유지된다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계속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 이는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이 특별히 이기적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노동조합은 본래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정책 대안 3. 노사공동결정 제도의 도입

    세 번째로 생각했던 대안은 노사공동결정(co-determination) 제도의 도입이다. 독일은 회사를 경영하는 주체인 ‘경영이사회’와 이를 감독·통제하는 ‘감독이사회’를 구분한 후, ‘감독이사회’의 이사를 주주와 노동자가 나누어 선임하는 공동결정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도 연 수익 10억 달러(약 1.1조원) 이상인 기업은 이사회 구성원의 40%를 노동자가 선출하도록 하는 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공동결정 제도가 도입되면 노동자들이 적어도 현재보다는 더 많은 임금을 분배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이번에도 “공동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할까요?”라고 물었다. 공동결정은 제도의 성격상 중소기업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독일의 경우, 종업원 2000명 이상의 기업은 노동자들이 감독이사회 이사의 절반을, 종업원 500~2000명 기업은 노동자들이 감독이사회 이사의 1/3을 선임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종업원 500명 미만인 기업은 감독이사회를 두더라도 주주가 모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독일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공동결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공동결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더라도, 앞서 살펴보았듯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원인은 사내 분배가 불공평하기 때문이 아니므로 이 제도를 통해 그들의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내 노동자들이 추천한 이사가 감독이사회에서 “기업의 성과를 사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이나 하청 회사와 적극적으로 분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 제도의 다른 여러 순기능이 있겠지만, 적어도 공동결정제도는 1·2차 노동시장의 노동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대안으로서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해소 -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위하여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그것은 이 분야에 대한 필자의 공부가 너무 부족하고, 앞으로도 여러 반론들을 접하면서 견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졸업 논문을 제출한 시점에 정리한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지금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격차는 상품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 생산성 차이는 부분적으로 원청 회사와 하청 회사 사이 불공정한 거래 관행에서 비롯되었으므로, 하청 회사가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현실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현하면 고용 형태 및 기업 규모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일부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별 교섭이 아닌 산업별 교섭을 통해 국가 수준의 직무급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셋째, 노동시장에서 상향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실업보험을 확대하고 직업교육훈련의 질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쉽지만, ‘현상 유지’보다 더 나은 정책 대안을 수립하기는 매우 어렵다. 설익은 대안은 시장을 왜곡하거나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중구조를 해소할 실효적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가지, 노동시장의 개혁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용하면서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상품시장과 노동시장, 경제법과 노동법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보다 포용적인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기를 희망해 본다.


    민창욱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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