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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좋은 입법이 먼저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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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재판은 어떤 것일까?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경청하여 주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여 정확한 법률적용을 거쳐 나오는 판결이 좋은 판결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무리 정치한 법이론을 끌어들이고 문장 하나 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결을 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만족하지만 누군가는 불만이고, 모두가 불만인 경우도 많다.

     

    중국 드라마 포청천을 보면 포증이 마지막에 "승복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작두이지만, 당사자가 승복하는 재판은 그 내용을 떠나 좋은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재판 실무에서는 분명히 과거보다 당사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이 부여되고, 수동적으로 재판을 받는다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재판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보장되고 있다고 보여, 당사자가 승복하는 좋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은 많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재판은 법을 적용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재판을 하려고 해도 적용하는 법이 잘못되어 있거나 좋은 재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면 좋은 재판을 할 수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1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낙태죄에 대해서는 1년 8개월의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체입법은 마련되지 않았다. 전동킥보드 역시 2020년 5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13세 이상이면 면허없이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하였다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전동킥보드 이용에 따른 안전문제로 비판을 받게 되자 부랴부랴 16세 이상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소지자만 전동킥보드를 타도록 법을 개정하였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2021년 4월부터 시행되므로 4개월 간은 청소년들이 면허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거리를 누빌 수 있게 되었다. 산업현장의 재해에 대하여 대표이사 등을 엄히 처벌하고자 하는 중대재해법은 2020년 6월 최초 법안이 발의된 이후 11월과 12월 4개의 법안이 추가발의되더니 6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런데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이다. 

     

    입법의 공백, 졸속입법, 누더기 입법. 이것이 현재 우리 입법의 주소이다. 이러한 입법을 가지고 좋은 재판을 하도록 할 수 있을까? 중대재해법만 하더라도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는 실질적인 연구나 검토를 하지 않은 채 형량만 강화시켜 놓았다. 산업안전사고는 그 성격상 기업 내지 대표자의 형사처벌 강화만으로 막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하고 형량만을 강화하는 입법을 한다면, 그에 따라 법원의 양형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면, 당사자가 승복하는 재판은 이루어질 수 없다. 산업안전사고는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그 책임을 온전히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 입법을 통하여 좋은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살펴 볼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재판이 있어야 사회 갈등의 해소가 가능한데, 좋은 재판을 위해서는 좋은 입법이 먼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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