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사설

    법관 탄핵 유감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민주당이 헌정사상 초유로 일반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임 부장은 지난해 2월 14일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고, 오는 2월 28일 임기만료로 인한 퇴직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이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판결에 위헌적 행위라는 내용이 들어있고, 반헌법적 행위를 한 판사를 탄핵소추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은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고, 이때도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위배만을 일컫는다. 단순히 판결 이유 중 '위헌적 행위'라는 표현 자체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재판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결론부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법부의 판결을 입법부가 뒤집으려는 속내라는 말도 들리고, 향후 법관의 재판에 정치권이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제일 큰 의문은 '탄핵소추의 실익'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무릇 탄핵제도의 목적은 공직자를 파면하여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헌법이 정하는 법관 임기 10년이 곧 종료한다. 소추의결서 송달로 사직원 접수나 해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회가 탄핵의결을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임 판사 퇴직 전에 탄핵심판을 하는 것은 시간적·물리적 여건상 도저히 불가능하다. 도대체 퇴직을 앞둔 법관의 탄핵을 굳이 이 시점에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조금 섬뜩한 것은, 정치권이 사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본보기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말이 시중에 무성하다는 점이다. 정말 무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치권은 김경수 경남지사, 정경심 동양대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일련의 법원 판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는가.

     

    그뿐이 아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국회법이 정하는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를 통한 사실조사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아무런 조사절차 없이 초고속 표결을 추진한다니 보통 유감이 아니다. 근래 들어 구체적인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무엇이든 다수의 힘으로 압도해 버리려는 현상이 자주 보인다. 법의 제정부터 해석, 집행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사실 다수결은 의사결정 방식 중 하나이지 다수가 찬성한 것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의 힘을 믿고 불법,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은 역사도 말해주지 않는가. 이렇게 법치주의가 위협받을 때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바로 법조인이다. 법조인은 다수가 원하는 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익과 감성에 휘둘리는 다수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대한변호사협회도 할 말은 당당하게 하길 바란다. 법관 탄핵의 전례는 사법부의 독립과도 무관하지 않다.

    마세라티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