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내가 쓴 책

    [내가 쓴 책] 신탁법 (오영걸 교수 著)

    오영걸 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67727.jpg

    부모님 마음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 - 위대한 유산이 되기 위해서라도... 유산은 사탕이다. 사탕은 아이들의 로망이다. 그 로망을 부모들은 채워주려고 한다 – 너무 사랑해서. 결국 아이 이빨이 썩고 건강이 악화 된다. 형제가 있으면 더욱 큰일이다. 사탕을 가지고 같은 핏줄끼리 핏줄 터지게 싸운다. 사탕 속 세이렌(Siren)의 유혹은 오디세우스가 아닌 이상 그만큼 건너기 힘든 바다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은 사탕보따리를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이들의 사탕사랑은 인지상정이다.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별 수 있으랴. 그런데 우리 어르신들께서 사탕보따리를 안고 눈물을 흘릴 때, 저 멀리 어느 섬나라 어르신들은 편히 눈을 감고 있다 – 비밀은 ‘마법의 사탕보관소.’ 이 신비의 사탕보관소에 사탕을 맡기면 어르신의 사탕만을 위한 별개의 주머니를 마련해준다. 그럼 그 보관소에서는 어르신 뜻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그 속의 사탕을 마법을 부리듯이 자식에게 건네준다. 아이가 사탕을 한 입에 다 먹어 이가 썩을 일은 이제 없다. 게다가 손에 쥔 사탕을 서로 가지려고 피터지게 싸울 수도 없다 - 사탕은 보관소에 있으므로. 아이들은 어르신께서 미리 정한 대로 나눠주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뿐인가? 보관소 내 각 주머니에 대한 경비는 매우 삼엄하다. 그리고 행여라도 관리인이 사탕 하나 몰래 훔쳐 먹으면 그 책임은 지나치리만큼 가혹하다. 게다가 보관소가 망하게 되면 법에서 사탕주머니를 자물쇠로 채워 보호한다. 어르신들께는 정말이지 ‘마법’이 따로 없다. 이 섬나라에서는 어르신들께 믿고 맡기시라고 이 사탕보관소의 이름도 멋지게 지었다 – 신탁(Trust)이라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서 핍(Pip)은 조(Joe)로부터 따뜻한 사랑만을 유산으로 받았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 섬나라 어르신들은 자식에게 ‘사랑’과 ‘사탕’을 함께 남겨주신다 – 그것도 지혜롭게, 신탁의 마법을 빌려서. 부모님들께서는 잠깐 동안 스크루지가 되시는 것도 좋다. 자식으로서는 유산을 한 번에 다 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리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원래 자신의 재산도 아닐뿐더러,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역시 사탕을 자식에게 나눠줘야 할 ‘그날’이 오게 되어 마법의 사탕보관소의 문을 두드리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모님들께서 신탁이라는 사탕보관소를 이용하심으로써 일단 이빨이 당장 썩지 않고 핏줄간의 다툼도 차단해주시니 참 감사할 일이다. 요컨대 어르신들 마음이 아프지 않고 자식들 치아가 건강하며 서로 싸우지 않도록 남기는 유산, 이것이 위대한 유산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마법의 사탕보관소, 즉 신탁이 이 섬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다.

      

      희소식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이 마법의 사탕보관소, 즉 신탁의 설치가 가능해졌다. 문제는 그동안 이를 교육하는 곳이 적었다. 마법학교의 보급이 시급하다. 앞으로는 더욱 그렇다. 그동안 고생하신 어르신들에게 재산관리의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이 땅의 부모님들의 ‘눈물 젖은 사탕보따리’가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사탕보관소와 그 관리전문 마법사, 즉 신탁전문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 이 책을 쓴 이유다.  



    오영걸 교수 (서울대 로스쿨)

    마세라티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