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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전단금지법'의 입법체계와 해석상의 문제점

    한명섭 변호사 (법무법인 한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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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관계발전법)'이 2020년 12월 29일 공포되었다.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의 신설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미 간 정치적 갈등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인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입장과 같이 표현의 자유 역시 절대적 권리는 아니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한 제한은 가능하다.

     

    개정 법률이 표현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에 관해서는 북한인권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이 문제와는 별도로 개정 법률이 과연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제기되는 입법체계나 해석상의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대북전단 살포 장소와 관련된 문제이다.

    개정의 취지는 전단 등 살포행위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 법률 제24조 제1항을 보면 제1호의 확성기 방송이나 제2호의 시각매개물 게시는 '군사분계선 일대'로 행위의 장소적 제한을 하고 있다. 반면 제3호의 전단 등 살포는 행위의 장소를 '군사분계선 일대'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접경지역 주민의 보호라는 필요성이 인정되려면 제3호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 등 살포행위'로 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에서는 북·중 접경지역과 같은 제3국에서의 행위는 위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통일부가 제한적으로 해석할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다. 오히려 개정 법률 제4조 제6호에서는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이동도 포함하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 제3국에서 한 행위도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전단 등'의 개념에 북한에 대한 비난과 무관한 물품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정 법률 제4조 제5호에서 '전단 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장치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비난과 무관한 인도적 지원 물품도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결국 '전단 등 살포행위'가 북한을 '비방'하는 행위를 못 하도록 하여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하려고 한다는 입법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살포'의 개념에 관한 문제이다. 

    개정 법률 제4조 제6호에서 '살포'라 함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의 반출 승인이나 또는 제20조의 수송수단 운행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내포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남북교류협력법은 통일부장관 승인없이 반출이나 수송수단 운행을 하면 동법 제27조 제1항 제3호와 제5호에 의해 이미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단'을 북으로 보내는 것도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가 법 해석상 문제가 되었고 결론적으로 반출 승인 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해 왔다. 그래서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에 대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이나 폐기물관리법 등 다른 법의 적용을 통해 처벌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이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그런데 개정 법률에서는 '살포'라는 개념 정의를 통해 앞으로 전단 등을 보내려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보던 것을 남북교류협력법이 아니라 남북관계발전법의 개정으로 반출 승인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법으로 승인을 받도록 규율하려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승인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어야 하는데 당연히 승인을 해 주지도 않을 대상을 승인대상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다.

     

     

    넷째, 형사처벌 규정과 관련된 문제점이다. 

    반출 승인 없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그것이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 제1항의 구성요건과 같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남북교류협력법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단 등 살포행위로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켰다면 당연히 법정형이 더 가중되어야 마땅할 터인데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남북교류협력법상 처벌할 수 없었던 행위를 전혀 다른 법인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마치 그 행위로 인해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남북교류협력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 것이다.

     

    만일 개정 법률의 의도가 대북전단을 북에 보냈지만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만 처벌하겠다는 것이고 대북전단을 보내는 행위 자체만으로 남북교류협력법 제27조 제1항에 따른 미승인 반출행위로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살포'의 개념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라는 요건을 넣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수범 처벌 규정의 문제이다. 

    개정 법률 제25조 제2항은 제1항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의 구성요건을 보면 통일부장관의 승인없이 전단을 살포하여 위법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국민의 생명에 대한 위해 발생 등의 결과까지 초래한 행위에 대한 결과적 가중범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학에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범에 관해서는 통설 내지 다수설과 판례 모두 미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부정설을 취하고 있다. 제25조 제2항의 미수가 전단 등 살포의 미수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생명에 대한 위해 등의 결과 발생의 미수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한 해석상의 문제도 발생하다.

     

    통일부는 개정 법률의 적용에 관한 해석지침을 통해 제3국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정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은 일단 제정되면 입법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문구해석이 우선이다. 통일부가 위임규정 등의 법적 근거도 없이 적용 범위를 제한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그 밖의 다른 문제들도 통일부의 해석지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본질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 글에서 제기한 입법체계와 해석상의 문제점까지 해결하려면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더 신중한 검토를 통한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명섭 변호사 (법무법인 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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