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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쓴 책] ‘법률진료실’

    전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한별)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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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의료 제도는 거대하고, 복잡하고, 정교하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항목만 한해 100조 원, 비급여 항목까지 포함하면 2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60만 명의 의료인, 3,500만 명의 가입자, 5,200만 명의 피보험자가 서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요양급여 비용은 십 원 단위까지 계산되어 지급되고, 해마다 잘못 지급된 수백 만 건은 환수되거나 반환된다.


    또한 최근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의료 제도의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은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그러나 효율에 경도되어 생명을 지킨다는 본질에서 벗어나 기형적으로 굳어진 일부 현실은 감추고 싶은 흉터이다.

    운 좋게도 지난 6년간 우리의 의료 현장을 법조인으로서 경험할 기회를 가졌고, 의료 제도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 미력하나마 참여하였다.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이슈에 대하여 조언하고, 의료 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어떠한 인식과 관점으로 접근하여야 할지에 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의사가 좁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동시에 넓은 세상의 일부를 치료하는 것이다. 환자가 건강해진다면, 그 환자 주변의 사람들과 그를 둘러싼 관계가 좀 더 건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법적 고민을 가지고 저자의 ‘법률진료실’에 들어오는 의사들을 치료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의 의료 제도의 일부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 제도의 최일선에서 국민을 돌보는 의사들이 고민 없이 진료할 수 있어야 제도가 건강하게 운용될 수 있고, 나아가 국민들이 더 건강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회의 여러 분야는 그 나름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의료 분야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 해결을 위하여 먼저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고, 또한 이러한 일반화를 유도하는 사람의 손짓에 휘둘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비용을 치러야 할 제도적인 문제를, 특정 집단의 이기심의 결과라고 손쉽게 몰아가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쁜 놈 프레임’으로 필수적 논쟁을 회피하려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을 일종의 시간낭비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사회의 건전한 나이테를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

    법조인이기 이전에 환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는 우리가 우리 의료 제도의 흉터를 줄여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길고 굽은 길이더라도, 우리와 우리 자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고 굽은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사람들의 신념을 격려하고 그 우직한 걸음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전성훈 변호사 (법무법인 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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