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는 해마다 전국 판사·검사들을 평가하여 상·하위로 분류하고, 우수 법관·검사 발표를 하고 있다. 초기에는 우려도 적지 않았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한 듯하다. 다만, 변호사는 별도의 공식적인 평가제도가 없는 듯하다. 변호사도 평가의 예외일 순 없는데 말이다. 변호사 역시 판사, 검사나 다름없이 '품위유지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대상이 되기도 한다. 판사나 검사를 상대로 한 변론은 물론, 변호사 사이의 변론도 품위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사이 법정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진풍경이 많다고들 한다.
변호사는 단순히 자격증만 소지한 영리집단이 아니라, 공공성이 뚜렷한 전문직이다. 변호사를 '사건의 승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혹자는 법정을 전쟁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변호사의 사명'에 걸맞은 법정 예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 상호간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비방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법정에서 상대방 주장을 반박해야 할 경우에는 일단 상대방이 변론을 마친 후 양해를 구하고 하는 게 맞다. 상대방이 발언 중이라면, 끝나길 기다려야지 중간에 끼어들어 발언을 방해하는 건 무례한 행동이다. 아무리 상대방 주장이 억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법정예절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 주장에 대한 반박도 해당 사건의 사실적·법률적 쟁점에 국한해야지, 상대방 변호사의 인격, 능력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리고 상대방 주장과 상대방 변호사는 철저하게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의뢰인을 대리만 하는 게 아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대리행위를 통해 '기본적 인권 옹호', '사회정의 실현'이란 변호사의 사명을 함께 이뤄가는 동료들이기도 하다. 예전엔 아무리 법정 다툼이 치열해도 법정 밖에서는 악수하고 헤어지는 여유가 있었다. 조정이나 화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곤 했다. 그런데, 요사이 화해는커녕, 오히려 소송을 더 부추기고, 심지어 상대방 변호사를 원수 보듯 적대시하는 태도까지 종종 보인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건, 법정예절의 상식적인 부분마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바꿔야 하고, 기록 넘기는 소리,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도 주의해야 한다. 잡담과 신문읽기도 금물이다. 고압적인 방식의 증인신문도 지양해야 한다. '말을 못 하게 끊어버리는 행위', '조서 내용과 다르다고 화를 내는 행위', '이미 모른다고 하는데도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 행위' 등은 근절해야 한다. 덧붙여 법정 변론 이외에, 서면 작성도 법정 예절의 대상이 분명하다는 점을 짚고 싶다. 변호사들끼리 과격한 언사를 써가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 서면도 품격이 필요하다.
실은 무엇보다 '정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게 제일 큰 문제일지 모른다. 사실을 왜곡하고, 맥락을 뒤집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부정확한 사실 부풀리지 않기', '자극적인 언어로 공격하지 않기' 같이 구체적인 실천강령이라도 만들고, 변호사들 사이에 '무례(無禮)는 아웃'이라는 캠페인이라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