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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政治는 法治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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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은 제58회 법의 날이었다.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이날은 법조계의 가장 큰 기념일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정부의 무관심으로 의미가 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법치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터라 더욱 안타깝다.

      

    1950년 12월 1일자 법률신문 창간호를 보면, 신익희 국회의장은 '民主須遵民意(민주수준민의), 法治需知法律(법치수지법률)' 축하 휘호를 보내왔다.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의를 존중해야 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법률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 실질적 의미의 법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형식적 법률은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 보호가 목적이 아니라 법에 의한 합법적 통치 즉,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로 연결된다. 법률은 형식뿐만 아니라 그 목적이나 내용에서도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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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 12월 1일 법률신문 창간호에 실린 각계 축사. 맨오른쪽이 신익희 국회의장의 휘호다. 民主須遵民意 法治需知法律(민주수준민의 법치수지법률), 민주는 반드시 민의를 존중해야 하고 법치는 반드시 법률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른쪽 두번째는 김병로 대법원장의 휘호, 法律常識의 普及이 法治國家의 急務(법률상식의 보급이 법치국가의 급무). 왼쪽 두번째는 김준연 법무부장관의 正義(정의), 맨왼쪽이 조병옥 내무부장관의 휘호 政治卽法治(정치가 곧 법치)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야당에 대한 설득 노력 없이 폭주하듯 법안들을 처리하였다.

     
    무엇보다 검찰개혁 관련 법률들은 검사를 검사답게 하여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목적이어야 했다. 정치권의 입김을 막기 위한 인사권독립, 예산독립이 요체였지만 검찰의 힘을 빼는 데만 몰두해 검찰 제도 근간을 허물었다. 일찍이 이 같은 교각살우는 없었다.

     

    야당의 비토권 삭제를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는 협치가 실종된 대표적인 사례다.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강제로 중단시키면서 통과시켰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국내외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탄핵 소추하는 과정에서도 법치주의를 훼손하였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탄핵제도의 목적이 공직자를 파면해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임에 비춰보면 탄핵이 인용될 수 없는데도 굳이 소추한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을 하면서 국회법 제131조 1항이 정하는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를 통한 사실조사도 하지 않았다.

     

    법률신문 창간호에 실린 조병옥 내무부장관의 축하 휘호 '政治卽法治(정치즉법치)'는 '정치는 법치와 다르지 않으므로 법치의 바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울림을 주는 경구다.

     

    여당은 지금이라도 법사위원장을 내놓고 상임위원장을 재배분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 여야가 설득하고 타협하는 협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14일 치러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이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변호사 출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인 시진핑과 푸틴은 법학박사 학위 소지자다. 이들 강대국들은 모두 법치를 주창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다르다. 한쪽은 법의 지배를, 다른 한쪽은 법에 의한 통치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가고 있는 길은 어디인가. 외교는 줄타기를 할 수 있어도 법치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법의 지배를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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