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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여백과 쉼이 있는 인생 시간표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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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달립니다. 잠시라도 멈칫하는 순간 뒷사람이 나를 제치고 앞서나갈까 두렵습니다. 쓰러질 것 같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갑니다. 쉰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저 멀리 앞서 가는 사람들의 뒤꽁무니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멈추기는 더 어렵습니다. 경쟁이 당연한 시대를 살아갑니다. 앞서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낙오는 말아야지 하는 강박으로 경쟁의 대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삶입니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지만 모두 내심으로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며 나도 그렇지 않은 척 합니다.

     

    이렇게 달리고 달리면 그 끝은 어디일까요? 이런 질문조차 한가한 것인가요? 그럴 시간에 좀 더 달려야 하나요? 1분 1초를 아껴 빈틈없이 채워진 시간표를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주나요? 여백과 쉼이 없는 삶이 인간다운 삶일까요? 이렇게라도 달리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존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정신없이 달리는 질주본능에서 잠시 옆으로 비켜서 봅니다. 질주하는 무리들은 저 멀리 앞서 나아가버립니다. 그 뒤로 셀 수 없는 후속 무리들이 또 그 자리를 이어서 마찬가지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대열을 이탈해보니 대열 밖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모두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비록 소수이지만 달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시간표는 중간 중간 비어 있습니다. 그 비어있는 시간표 자리는 옆 사람이 기웃거려 볼 만한 공간입니다. 이웃에게 곁을 내어주는 여백의 시간을 떼어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쉼을 찾고 삶의 여백을 확보할 때 곁이 생깁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넉넉한 곁이 생깁니다.

     

    한편에서는 안타깝게도 시간표의 대부분이 비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여백은 너무 커서 가슴 한가운데가 휑하니 뚫린 슬픔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여백으로만 가득한 시간표를 일부라도 채우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들을 외면하고 나의 시간표에 적당한 쉼과 여백이 있다고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빈틈없이 촘촘한 시간표와 여백으로만 가득한 시간표를 모두 모아서 우리 모두 각자 자신에게 딱 알맞은, 적절한 여백과 쉼이 있는 인생 시간표를 다시 나눠 가지면 좋겠습니다.

     

     

    류기인 지원장 (마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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